지난 15일 침수된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생존자 정영석씨의 손. 정씨는 물에 휩쓸린 다른 시민들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청주시 오송읍 지하차도 침수 사고 당시 위기 상황 속에서도 서로의 목숨을 구해준 시민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18일 증평군청과 YTN 등에 따르면 오송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난간에서 손을 내밀어 시민들의 목숨을 구해낸 남성은 증평군청 공무원 정영석씨로 확인됐다.

정씨의 이야기는 지하차도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의 인터뷰를 통해 전해졌다.

앞서 이 생존자는 KBS에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네이비 색깔 티셔츠를 입은 남자분이 제 손을 잡아 난간에서 같이 잡아주셨다”고 말했다. 남색 셔츠를 입은 이 남성은 이 생존자를 포함해 물살에 떠내려가는 시민 3명을 구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터뷰 내용이 온라인상에 퍼지면서 시민들을 구한 이 남성에게 ‘남색 셔츠 의인’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하차도에서 탈출한 생존자들이 난간을 붙잡고 있는 모습./온라인커뮤니티

수소문 끝에 정체가 밝혀진 정씨는 “차량 지붕으로 급하게 올라갔는데 아주머니 한 분이 못 올라오고서 살려달라고 말씀하셔서 아주머니를 끌어올렸다”고 구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정씨는 그렇게 생존자들과 함께 철제 구조물 등을 붙들고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정씨의 손은 벌겋게 벗겨져 상처가 난 상태였다. 정씨는 현재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정씨도 다른 시민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스티로폼이나 나무랑 판자 같은 걸 잡고 떠 있는데 화물차 기사분이 저를 먼저 꺼내주셨다”며 “감사를 전하고 싶어 연락처를 달라고 했는데 끝까지 안 주셨다”고 말했다.

지하차도에서 시민 3명을 구한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씨./SBS

정씨를 구한 이는 앞서 시민 3명을 구한 것으로 알려진 14t(톤) 화물차 운전기사 유병조씨로 추정된다.

유씨는 지하차도에 물이 차오르던 순간 버스의 시동이 꺼진 것을 보고 뒤에서 추돌하며 버스와 함께 밖으로 빠져나가려 했으나, 시동이 꺼져 차를 빼지 못했다고 한다. 유씨는 CJB를 통해 “같이 탈출해보려 뒤에서 (버스를) 박았는데, 안 밀리더라. 그 상태에서 차 시동이 꺼졌다”고 했다.

물이 차오르자 창문을 부숴 창밖으로 탈출한 유씨는 곧바로 화물차 지붕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버스에서 휩쓸려 나온 20대 여성이 화물차를 붙잡고 버티는 것을 발견했고, 이 여성의 손을 잡아 화물차 위로 끌어 올렸다.

주위에선 구조를 청하는 또 다른 비명이 들렸다. 유씨는 차량 뒤쪽으로 둥둥 떠 있는 남성을 발견해 난간을 붙잡게 한 뒤 또 다른 남성도 구했다. 유씨는 “두 분은 (물에) 떠서 계속 살라달라고 저에게 이야기하더라. 침착하게 움직이지 않으니까 얼굴만 물 밖으로 딱 나와 있더라”고 말했다.

궁평2지하차도는 지난 15일 8시40분쯤 인근 미호천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겼다. 이 사고로 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고, 14명이 숨졌다. 사고 당일 현장에서는 9명의 생존자 구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