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서 택배 배송을 하다가 쓰러진 고령의 택배기사가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들은 입주민들이 성금을 모금해 전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아파트 단지 출입을 놓고 주민들과 택배기사 간 갈등을 빚는 곳이 많아진 가운데, “택배기사님도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감싼 입주민들의 소식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를 담당하는 한진택배 소속 택배기사 정순용(68)씨가 업무 중 가슴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정씨와 함께 일하는 아내 주홍자(64)씨는 며칠 전부터 좋지 않았던 남편의 상태가 급격히 나빠지자 곧장 병원으로 정씨를 데리고 갔다.
정씨는 매일 신선식품을 배송하는 특성상 업무를 미룰 수 없어 아픈 몸을 이끌고 배송에 나섰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확인한 결과 혈관 내 혈전으로 인해 조금만 늦었어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씨는 곧바로 수술받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아내 주씨는 남편의 입원 이후 이날 택배 배송이 예정됐던 아파트 주민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배송 중 저희 아저씨가 심장이 안 좋다고 하여 응급실에 왔습니다. 지금 심장 수술 중입니다. 부득불 오늘 배송은 못 하게 됐습니다. 조속히 낫는 대로 배송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사과 메시지였다.
주씨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쌍용더플래티넘오목천역 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아파트 단체 채팅방에 정씨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를 본 입주민들은 “택배기사 부부가 매일 밤 10시 넘어서까지 배송하시던데 마음이 안 좋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택배 배송은 부부의 아들이 밤 11시 30분까지 대신 마쳤다고 한다.
이에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19일 병원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자며 모금 운동을 추진했다. 주민들은 정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너도나도 동참했다. 애초 27일까지 모금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틀 만에 목표액인 100만원을 훌쩍 넘는 248만원이 모였다. 총 107세대가 참여했다.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22일 “저희 입주민들에게 기사님은 함께 사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며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조금씩 성의를 모았다”는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성금을 정씨에게 전달했다.
아내 주씨는 “우리 부부가 나이가 들다 보니 택배 배송 업무가 빠르지 않고, 가끔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도 있어 입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며 “오히려 도움을 주다니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씨 또한 “입주민들이 건넨 성금을 전달받았을 때 눈물이 났다”며 “아파트 거주자 대다수가 젊은 사람들인데, 이렇게 선한 분들이 많았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정씨는 24일 업무에 복귀해 정상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큰 도움을 받은 만큼 앞으로 업무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