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고교 특수학급을 맡은 젊은 여교사는 자폐·발달 장애 학생의 반복적인 폭력 행위와 옷 속에 손을 넣는 등 부적절한 신체 접촉에 시달려왔다. 이 학생의 폭행으로 반깁스까지 한 교사는 학부모와 상담했지만, 오히려 “당신 경력이 부족한 탓”이라는 항의만 받았다. 이 학생의 문제 행동이 다른 학생과 교사에게 이어지자 학교 교권보호위원회가 ‘출석 정지 5일’ 처분을 내렸지만, 학부모는 학교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다. 또 “아이를 모함했다”며 교사를 무고죄로 여러 차례 고소했다. 법률 분쟁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이 교사는 스트레스와 폭행·추행 트라우마로 상담 치료를 받았고, 학교도 휴직해야 했다.
인기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발달 장애 아들을 지도한 특수학교 교사를 아동 학대 혐의로 고소해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교육계에선 장애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특수교사의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수학생은 양치나 화장실 가기 등 단순 생활 지도나 문제 행동을 말릴 때 신체 접촉이 불가피한데, 이 과정에서 아동학대나 장애인 학대 등 혐의로도 고소당할 수 있어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수교사는 시각·청각 장애나 지체 장애, 학습 장애 등이 있는 학생을 대상으로 맞춤 교육을 담당한다. 특수교육 대상 학생 10명 중 7명이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 다닌다. 이들은 비장애 학생과 같은 반에서 학습하고,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모인 특수학급 수업도 받는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특수교육 대상자는 10만3695명으로 집계됐다. 현행법은 교사 1명당 학생 4명을 맡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선 특수교사들은 담당하는 학생이 이보다 훨씬 많다고 했다. 실제 교육부가 파악한 일반 공립학교의 법정 정원 대비 특수교사 배치율은 83.4%에 그친다.
특수교사 경력 16년 차인 충북 지역 이모 교사는 “전국 특수교사를 상대로 전수조사를 하면 장애 학생을 지도하다 폭행당한 적이 있다는 응답률이 100%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장애 학생 가방에서 녹음기가 발견되는 건 자주 있는 일이고, 학부모가 교육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건 한 해 10번도 넘는다”고 했다.
특수교사들은 학생에게 폭행이나 성추행을 당하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애 학생의 행동에 교권 침해나 성적 의도가 담겨 있는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 지역의 18년 차 특수교사 이모씨는 “발달장애 남학생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거나 교실에서 소변을 보고, 같은 반 학생이나 교사를 상대로 폭언이나 폭행을 일삼는 경우도 많다”며 “교사가 물리적으로 제재해야 하지만, 아동학대법이 폭넓게 적용돼 이마저 쉽지 않다”고 했다. 자칫 장애인 학대로도 고소당할 수 있어 더욱 몸을 사리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학생을 대신해 학부모와 통화하기 위해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것도 특수교사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한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무리한 요구를 쏟아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혼자서는 앉아있기도 어려운 학생인데 “일반 학급에 배정해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다고 했다. 최근 특수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는 “아이의 대변을 손으로 주워담았다” “학생의 자위 흔적을 다른 학생이 볼까 몰래 치웠다”는 내용까지 나온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특수교사와 생활 지원 특수교육실무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이달 중 발표할 교권 보호 종합대책에 특수교사를 위한 매뉴얼도 포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