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경찰서 전경. /경기남부경찰청

10년 가까이 좋아했던 걸그룹 멤버가 ‘팬심’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속사 임직원들을 상대로 살인 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하남경찰서는 협박과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A(28)씨를 구속했다.

A씨는 지난 8일 오후 1시 15분쯤 디시인사이드에 “서울숲역 SM엔터테인먼트 임직원만 골라 9명 죽이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10여년 전인 고등학생 때부터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 멤버 B씨를 좋아했다고 한다. A씨는 인스타그램 DM(개인 메시지) 등을 통해 그에게 마음을 전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홧김에 이런 글을 썼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는 A씨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가 실제로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세워둔 사실을 휴대전화 압수 수색 등을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별다른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로 생활해오던 A씨는 정신질환으로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B씨에게 접근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수단을 다 썼는데, 별다른 반응이 없어 화가 났다’고 진술했다”며 “A씨는 실제로 범행 실행 디데이를 잡고, 어떤 식으로 협박 글을 올릴지, 이후 경찰 대응은 어떻게 할지 등 시나리오를 치밀하게 준비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분당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일 이후 지금까지 총 38명의 살인예고 글 게시자가 검거됐고, 그 가운데 혐의가 무거운 4명은 구속됐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검거된 38명은 10대 18명, 20대 8명, 30대 8명으로, 30대 이하의 젊은 층이 전체의 89.6%를 차지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32명(88.9%)으로, 여성(6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범행 동기로는 ‘재미나 관심을 받고 싶어서(26명·68.3%)’ ‘홧김에(7명·18.4%)’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