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얼굴이 새까맣게 그을린 채 소방호스 방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7일 서울시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자신을 경기 김포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라고 밝힌 이현산씨가 쓴 목격담이다. 지난 4일 오전 10시쯤 김포 아파트에서 불이 났는데 한 시민이 화재를 조기 진압했고 현장에서 초등학생 2명을 구해냈다는 것이다.
이씨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증언했다. “입주민 중 누군가 화재를 진압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소방호스를 만지는 솜씨가 조금은 숙달된 모습이었고, 불을 끄는 모습도 처음 소방호스를 잡아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이 시민은 마포소방서 현장대응단 지휘3팀 소속 양일곤 소방장이었다. 당시 휴일이었던 양 소방장은 개인 용무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 외부에 검은 연기가 피어나는 것을 목격하자 주저하지 않고 진화에 나섰다.
마포소방서 등에 따르면, 양 소방장은 화재 당시 해당 층에 설치된 옥내 소화전을 찾아 비상벨을 울려 화재 발생을 알렸다. 그 뒤 현관문 앞까지 소방호스를 연결하고 화재 진압 준비를 마쳤다. 현관문을 계속 두드리자 곧 문이 열렸다. 집 안에는 초등학생 두 명이 있었으며 양 소방장은 이들을 대피시키고 본격 진화에 나섰다.
양 소방장의 초동 조치 뒤 출동한 소방 당국은 12분만에 불을 완전히 껐다. 인명피해는 없었다. 집 안에 있던 아이들은 단순 연기흡입으로 확인돼 병원으로 이송되지는 않았다. 전후 상황을 전부 목격한 관리소장 이씨가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이 남성을 수소문했고, 그가 마포소방서 소속 소방관이라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한다. 양 소방장은 2006년 입직해 18년째 근무 중인 소방관이다.
이씨는 서울시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근무가 아닌 시간에 아무 장비도 없이 본인 안위는 돌보지 않고 맨몸으로 화재의 현장에서 직업정신을 발휘해 초기에 화재를 진압해 많은 입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줬다”며 “어떤 재난과도 맞서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소방관의 모범을 보여준 양일곤 소방관님께 감사드린다”고 썼다.
김용근 마포소방서장은 “많은 입주민이 집을 비운 아침에 불이 나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양 소방장의 신속하고 용기 있는 대응 덕분에 인명피해 없이 끝났다”고 했다. 양일곤 소방장은 “소방관이라면 화재 현장을 보고 본능적으로 몸이 움직이게 돼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