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낮 12시쯤 인천시 연수구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대합실은 한꺼번에 들어온 중국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했다. 오전 10시 50분쯤 국제 여객부두에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출발한 국제여객선 카페리(차를 함께 실을 수 있는 여객선) 뉴골든브리지5호가 중국 승객 118명을 태우고 도착했다. 승객 중 84명은 중국인 유커(遊客·관광객)이고, 나머지는 따이궁(代工·보따리상)이다. 지난 2020년 1월 중국의 카페리 입항이 중단된 뒤 꼬박 3년 7개월 만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중국 관광객들의 표정이나 목소리가 과거보다 더 들떠 있었다”며 “올 연말쯤이면 중국과 인천을 오가는 여객선 이용객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항에는 오는 14일 웨이하이(威海)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이, 23일에는 스다오(石岛)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입항할 예정이다.
이날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에도 중국 웨이하이에서 출발한 카페리가 중국 승객 55명을 태우고 들어왔다. 이 중엔 따이궁만 48명이었다. 터미널 한 직원은 “코로나 때는 화물 운송만 했는데, 드디어 여행객들이 찾아오니 참 반갑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행 단체 관광을 6년 5개월 만에 전면 허용하면서 유커와 따이궁들이 몰려들고 있다. 관광객 발길이 끊겼던 국제 여객항은 물론 여행사, 면세점 등도 중국 손님을 맞을 채비에 분주한 모습이다. 유커들이 자주 찾던 서울 명동과 홍대의 상인들은 단체 관광객들이 올 것에 대비해 중국어로 인사말을 쓴 피켓을 준비하는 등 기대감에 들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화장품 로드숍. 가게 앞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가능한 직원을 구합니다’라고 적힌 구인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그 아래엔 ‘알리페이’ 같은 결제 수단을 쓰는 중국 관광객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는 포스터도 붙었다. 이 가게 직원인 중국인 백가락(26)씨는 “중국인 단체 손님은 한 번 올 때마다 적게는 20만원, 많게는 50만원까지 화장품을 쓸어간다”며 “지금까지는 중국인 손님이 일주일에 4~5명 올까 말까 했는데, 이제 (규제가) 풀렸다고 하니 곧 중국인들이 몰려올 것 같다. 그동안 어려웠던 가게가 좋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커들의 필수 관광코스인 명동 노점상들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치즈구이를 판매하는 노점상인 최모(54)씨는 “예전처럼 중국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서 신기해하며 먹는 모습이 떠오른다”며 “이참에 돈 좀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핫도그와 소떡소떡 등 간식을 판매하는 김모(33)씨는 “중국인들에겐 감자튀김이 붙은 핫도그나, 소떡소떡에 떡꼬치 양념을 바른 게 특히 인기가 좋았었다”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재료를 미리 구할 수 있는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큰손인 중국 손님을 잃었던 화장품과 의류 가게들은 매출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서울 홍대의 한 의류 매장 관리자인 김모(21)씨는 “중국 손님들은 한 번 오면 수십만원씩 사간다”며 “주로 K팝 뮤직비디오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2000년대 Y2K(세기말) 패션 스타일의 카고 팬츠(주머니가 많이 달린 바지)와 크롭 티셔츠(짧은 상의), 찢어진 청바지 등의 의류를 한꺼번에 쓸어간다”고 했다. 서울 명동극장 인근의 대형 화장품 매장 매니저 박모(35)씨는 “마스크팩 등을 사가는 중국인들 발길이 끊기고 나서는 방문객도, 매출도 뚝 떨어졌다”며 “정치적, 외교적 문제로 다시는 이런 타격이 안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년 3월까지 8개월간의 크루즈선 입항 예약이 완료된 제주항에는 오는 31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출발하는 2만4000t급 크루즈 ‘블루 드림스타’가 들어온다. 승선 인원만 1270명, 이날 하루 제주 관광을 즐긴 뒤 일본 나가사키로 갈 예정이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항공편 단체 관광객은 현지 모객 등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중국 중추제(중추절)를 앞둔 다음 달 말쯤 본격적으로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