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운전자를 치고도 구호 조치 없이 달아난 혐의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참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전직 대위 출신 유튜버 이근씨가 1심 징역형 집행유예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씨는 이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뺑소니 사건 CCTV 영상을 직접 공개한 후 “확실한 증거자료를 보고 판단해 달라”고 했다.
3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에게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시내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사고를 낸 뒤 별다른 구호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혐의(도주치상)로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참여해 여권법 위반 혐의도 받았다.
이씨는 여권법 위반 혐의는 모두 인정했지만, 도주치상 혐의와 관련해서는 “차량을 충격한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고 도주 고의도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은 이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도주치상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가 당한 상해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와 합의하지도 않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씨는 29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뺑소니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22일 서울 중구의 한 왕복 2차로 도로, 이씨에 따르면 오토바이 운전자 A씨는 빨간색 신호에 도로에 진입했다. 당시 오토바이 쪽 차로는 텅 비어있던 반면 이씨가 탄 차량이 있는 도로에는 차들이 길게 늘어선 상황이었다. 이씨는 황색 점선을 넘어 반대편 차로로 차량을 몰았다. 이씨는 “황색 점선은 일시적으로 넘어가도 되는 선이며 오히려 오토바이 운전자가 불법으로 주행했다”며 “A씨는 상당한 거리에서 차량을 발견했음에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차량을 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양쪽이 가까워지자 A씨는 욕설했다고 이씨는 주장했다. 오토바이가 도로 한가운데에 멈춰 서 있는 순간, 이씨는 차량을 바깥쪽으로 틀어 운전을 계속했다. 이때 오토바이는 바닥에 쓰러졌고, 운전자 A씨는 중심을 잃고 반대편 차로에 서 있던 차량을 붙잡았다. 이씨는 이 장면을 두고 “(내가) 옆으로 피하니 오토바이 운전자가 자동차 쪽으로 어깨를 기울였으며 자동차와 오토바이 접촉 흔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오토바이를 빠르게 내려놓았고, 넘어진 적은 없다”며 “블랙박스 충돌 센서도 울리지 않았고 이벤트 녹화도 되지 않았기에 (이씨는) 교통사고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A씨가 당일 병원에서 받은 진단서에는 골절상이 없는 것으로 나왔으나 3일 뒤 다른 병원에서 머리 부위 통증, 엉덩이 타박상, 발가락 골절상 진단서를 받아 제출했다”며 “언론에서 수많은 가짜뉴스가 작성되어 CCTV를 공개하니 거짓 진술이 아닌 확실한 증거자료를 직접 보고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는 이씨의 주장대로 황색 점선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 도로를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는 있지만, 사고가 났을 경우 형사 책임이 감면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형사사건 전문 김연기 변호사(법률사무소 이김)는 30일 조선닷컴에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운전자가 급박한 사정 때문에 부득이할 경우 황색 점선에서 중앙선을 넘어 추월할 수 있다”며 “하지만 반대 방향의 교통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면 중앙선 침범으로 간주하며 11대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어 “민사소송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과실 비율을 따질 수 있지만, 형사 재판에서는 유무죄로만 판단한다”며 “당시 영상을 봤을 때 이씨의 유죄는 명확해 보인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통상 이런 교통사고를 냈다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피해자와 합의도 하지 않았는데 집행유예가 나온 건 이례적”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