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세운상가 일부를 공원으로 지정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공원으로 지정되면 서울시가 땅을 사들이는 수용 절차를 밟게 된다. 최근 서울시가 세운상가 주변에 37층 높이의 복합 빌딩을 짓겠다고 발표하자, 일부 상가 땅주인들이 감정가의 2배 가격을 요구하면서 땅값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운상가는 1968년에 지은 종묘 앞 세운상가부터 충무로역 진양상가까지 약 1㎞ 길이로 늘어선 7개 주상복합 단지다. 지은 지 50년이 넘어 슬럼화됐지만 개발이 미뤄져 왔다. 여기엔 땅 주인만 2600여 명에 달한다. 이 지역 부동산 중개소 관계자들은 “그동안 찔끔찔끔 나왔던 매물도 씨가 말랐다”며 “땅 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간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세운상가 일대의 감정가는 평(3.3㎡)당 1억6000만원 수준. 앞서 지난 6일 서울시가 세운상가 옆 5구역에 짓는다고 발표한 37층짜리 빌딩 부지도 3.3㎡당 1억원 정도에 거래됐다고 한다. 한 개발업체 관계자는 “최근 평당 3억3000만원을 부르는 땅 주인도 나왔다. 거의 강남구 청담동 수준”이라며 “재개발을 하지 말자는 소리”라고 했다.
서울시는 비상이 걸렸다. 당초 개발 업체들이 세운상가를 사들여 시에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려고 했는데, 일부 상가 주인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면 사업은 하세월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갑자기 부지 가격이 뛰면 가격 협상에만 몇 년이 소요된다”며 “박원순 시장 시절 10년 동안 지연됐던 세운상가 개발이 이번에도 무산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공원 지정 후 시가 직접 땅을 사들이는 수용 방식은 상가 땅주인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감정가로 부지를 강제 매입할 수 있다. 사업 속도는 빨라지지만 주민 반발이 만만찮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의 도심 개발은 더 늦출 수 없는 일”이라며 “다만, 상가 세입자들은 임시 상가를 만들어 장사를 할 수 있게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작년 4월 세운상가 일대를 ‘녹지 도심’으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운상가 건물을 헐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공원을 만들고, 양옆으로 초고층 복합 빌딩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지난 2009년 세운상가 중 가장 북쪽에 있던 현대상가는 수용 방식으로 공원 지정 2년4개월 만에 공원으로 재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