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경찰서. /뉴스1

검사로 사칭한 뒤 피해자에게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체크카드와 현금을 놓고 가라”고 속여 약 1억8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보이스피싱 일당 4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 3명은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아이티·태국 국적의 보이스피싱 일당 4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3명을 사기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이 중 2명은 구속 상태로 송치됐다. 4번째로 검거된 피의자는 아이티 국적의 체크카드 수거책 A(24)씨로,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전남 영암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불법체류자인 A씨에게 22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일당은 콜센터 형태로 위장한 조직 총책들의 지시를 받고 지난 7월 중순부터 피해자들의 체크카드와 현금을 수거해 약 1억8000만원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자신들을 검찰 수사관이라고 속이며 피해자들에게 “자금세탁과 불법도용 사건에 연루되었으니, 대출을 미리 받아 ‘국가안전금고’에 넣어두면 자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카드가 위조되지 않았는지 검사해야 하니,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체크카드를 놓고 가면 금융감독원 직원이 확인하겠다”고 지시하는 방식으로 카드와 현금을 수거했다고 한다.

경찰은 이 보이스피싱 조직이 총책 2명과 체크카드 수거책 1명, 현금 인출책 1명, 현금 수거책 5명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 역시 최대 3억4000만원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조직 수거책으로는 아이티·중국·태국 국적의 불법체류자와 난민 신청자, 유학생 등이 가담했다고 한다. 이들은 페이스북에서 “일이 쉽고 돈을 넉넉하게 준다”는 내용의 글을 보고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23일 오전 8시 20분쯤 서울 신림동의 한 은행에서 피해자로부터 수거한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하려던 태국 국적의 30대 여성 B씨를 검거했다. B씨를 수사하던 경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존재를 파악해 추적에 나섰고, 지난 11일 B씨가 인출한 현금을 전달받아 총책에게 넘기는 역할을 맡은 태국 국적의 30대 부부를 경기 남양주시에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범이 20~3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수거책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