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프라임관에서 열린 '안유현 강의실 명명식' 모습. 새로 내걸린 강의실 현판 앞에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왼쪽)과 신태량 스웨거푸드 회장이 서 있다. /숙명여대

“52년 전 혜화동 성당에서 결혼하던 날, 아내가 ‘to you with love(당신에게 사랑을 담아서)’라고 직접 쓴 카드를 줬어요. 그 후로 지갑에 넣어 매일 들고 다녔죠.”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스웨거푸드’ 신태량(81) 회장이 지갑에서 가로 3㎝, 세로 5㎝ 크기의 카드를 꺼내며 말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50년간 식품 사업을 하고 있는 그는 지난 2월 아내 안유현씨가 암 투병 끝에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자, 아내의 모교인 숙명여대에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를 기부했다. 안씨는 숙명여대 약학과 68학번 출신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한 카페에서 만난 신태량 회장의 모습. /조재현 기자

숙명여대는 신 회장 부부의 기부를 기리기 위해 과거 약학대학 건물터에 세워진 프라임관 301호를 ‘안유현 강의실’로 명명하는 행사를 24일 연다. 이 강의실 입구 현판에는 신 회장이 아내에게 받은 엽서에 적힌 ‘to you with love’ 문구가 새겨진다. 신 회장은 “아내가 내게 생전에 늘 ‘타인에게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한 말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며 “카드에 적힌 문구처럼, 이 강의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뛰어난 인재로 성장해 주위에 사랑과 나눔을 베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스웨거푸드' 신태량 회장이 결혼 후 53년째 지갑에 가지고 다닌다는 엽서. 아내 안유현씨가 결혼 첫날 엽서 뒷면에 'to you with love(당신에게 사랑을 담아서)'라는 문구를 적어줬다고 한다. /독자 제공

한인 1세대 사업가인 신 회장은 아내 덕분에 미국에서 식품 사업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결혼 전 아내 집안에서는 사업가와 결혼하는 걸 반대했지만 ‘진지하게 노력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곳이 미국’이라고 끈질기게 설득한 나를 믿고 도와준 사람이 바로 아내”라며 “5~6년 전 내가 위암에 걸렸을 때도 아내가 지극 정성으로 옆을 지켜준 덕분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신 회장은 “아내는 크리스마스마다 매번 직접 음식을 만들어 이웃들을 챙길 정도로 자신보다 주변을 먼저 생각하는 헌신적인 사람이었다”며 “시간을 쪼개서라도 아내를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고 했다.

신 회장 부부는 국내외에서 학생들을 위한 기부를 꾸준히 해왔다. 2021년에는 재미(在美) 과학기술자협회에 부부 이름으로 3만5000달러(약 4700만원)를 기부했다. 작년에는 신 회장이 식품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모교인 일리노이주립대에 200만달러(약 27억원)를 기부했고, 지난 3월에는 아내의 모교인 이화여고에 유관순기념관 건축기금으로 30만달러(약 4억원)를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