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31일 핼러윈 데이를 맞이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 모습./연합뉴스

핼러윈 참사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자문에 응했던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는 24일 본지 인터뷰에서 “당시 골목에서 우측통행만 됐더라도 사고 위험은 낮아졌을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의 밀집도와 통행 방식에 따른 압사 사고 위험성을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했다.

박 교수 연구팀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사고 골목에서 무질서한 통행이 이뤄질 경우 골목 내 인원이 800명일 때부터 막힘이 발생해 압사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우측통행일 경우에는 인원이 1000명이 될 때까지도 막힘이 발생하지 않았다. 한 방향 통행을 할 경우 보행자들의 평균 보행 속도가 양방향 보행 속도보다 약 6% 빨랐고, 평균 보행 속도의 편차도 적기 때문이다. 우측통행이 골목 밀집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었던 것이다.

박 교수는 “우선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절대적인 인원 통제가 최우선”이라며 “시뮬레이션 결과 참사 골목에 최소 1000명 이상, 최대 1800여 명까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절대적으로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고 했다. 박 교수는 “그럼에도 우측·일방통행이 사고 위험성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경찰이나 공무원들이 축제나 다중 밀집 행사에서 우측통행으로 지도할 때 잘 따르는 것이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지난 4월 발표한 ‘경사로에서의 군중 밀집도에 따른 이동 시간 비교 및 분석’ 연구 논문에서도 우측통행이 양방향 통행보다 1.2~2.2배가량 대피 시간이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공 교수는 “군중 밀집도가 높은 곳에 경사로 통행로가 있을 경우 밀림 현상을 예방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통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골목 가운데 안전선을 설치해 우측통행을 유도하거나 일방통행 골목을 별도 지정해 걷도록 하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