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3월 발표한 한강변 대관람차 ‘서울링 제로’(왼쪽)와 지난 2000년 새천년 기념 건축물로 조성하려다 무산된 ‘천년의 문’ 투시도. /서울시·우대성 건축가 제공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한강변 대관람차 ‘서울링 제로’ 조성 계획에 대한 저작권 침해 소송이 제기됐다. 건축가 우대성씨는 서울시가 계획을 발표하며 ‘천년의 문’ 이미지를 사용한 데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향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천년의 문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는 소장을 오세훈 시장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고 16일 밝혔다.

천년의 문은 지난 2000년 정부에서 새천년 기념 국가 상징 조형물로 조성하려다 예산낭비 등의 지적이 제기돼 무산됐다. 우대성씨는 당시 이은석 경희대 교수와 함께 설계 공모에 당선됐다. 풍동실험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름 200미터짜리 원형 건축물을 설계했지만 프로젝트가 중단돼 정부 상대로 10년 넘게 설계 용역비 반환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천년의 문은 바큇살이 없는 완벽한 원형 디자인을 내세웠다. 서울시도 ‘서울링 제로’ 계획을 발표하며 역시 바큇살 없는 고리 모양 디자인을 제시했다. 우대성씨는 이 외에도 외부의 지지 없이 원형 구조물이 자립하는 형식, 명칭(천년의 문 별칭이 서울링이었음), 난지한강공원 일대라는 입지, 이용객을 태운 곤돌라가 원을 따라 이동하는 방식 등에서 서울링 제로가 천년의 문을 표절했다는 입장이다. 우대성씨는 “천년의 문은 링(고리)이라는 형태를 단순히 제시한 게 아니라 건축, 구조, 운송 시스템, 파사드(입면) 엔지니어링 등을 결합해 세계 최초 원형 건축물의 안전성을 검증한 건축 저작물”이라고 했다.

서울시의 발표 이후 건축계에서도 서울링 제로가 천년의 문을 표절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천년의 문은 여러 검토 대상 중 하나였을 뿐이고, 무산 이후 바큇살 없는 형태의 관람차가 일본·중국 등지에도 세워졌기 때문에 천년의 문을 모방했다고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관람차는 동그란 모양일 수밖에 없으며 발표에서 제시한 디자인은 예시도 형태로 제시한 것일 뿐 실제 구현될 디자인은 민간 제안을 받아 확정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소송은 법무법인 리우의 정경석 변호사가 맡았다. 정 변호사는 부산 ‘웨이브온’ 카페를 설계한 곽희수 건축가가 울산 한 카페가 웨이브온의 건축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을 맡아 해당 건축물의 철거 판결을 이끌어냈다. 정 변호사는 “향후 서울시의 구체적 행위나 처분이 건축 저작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면 이번 소송과 별도의 법적 절차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