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재(46)씨는 작년 4월 딸 예원(당시 15세)양을 잃었다.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기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딸은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갑작스러운 뇌출혈 때문이었다. 이씨는 항상 남을 배려했던 딸 예원양을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고 한다. “예원이가 세상에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나기를 바랐다”고 했다. 예원양은 그해 5월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심장,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5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해 5월 세상을 떠난 이예원(오른쪽)양과 동생. 예원양은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후 뇌사 판정을 받았다. 예원양의 부모는 "평소 딸은 남을 배려하고 돕기를 좋아했다"며 예원양의 심장, 폐장, 간장, 양쪽 신장을 5명에게 기증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경기 평택시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예원양은 학업능력이 우수하고 리더십이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본 첫 시험에서 전교 1등을 했고, 운동에도 재능을 보였다. 반장·부반장을 도맡아 했고, 주변 누구에게나 먼저 인사하는 예의 바른 모습도 보였다. 장래 희망은 대학교수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관계자는 “예원양은 별자리를 보고 설명하는 것을 즐겼고,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며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하고 싶어 대학교수를 꿈꿨다고 한다”고 했다.

가족들은 뇌사 상태의 예원양이 깨어나길 바랐다고 한다. 동생은 “언니가 깨어나서 봤으면 좋겠다”며 예원양이 좋아하던 것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림엔 고래와 강아지, 치킨과 사탕, 고기 등을 담았다. 4컷짜리 만화도 그렸다. 천국에서 언니와 재회하길 바라는 내용이었다.

예원양이 끝내 숨을 거둔 뒤에도 부모와 주변 사람들은 아이를 계속 기렸다. 지난 1월에는 예원양이 다니던 경기 평택시 용이중학교에서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치지 못했던 예원양에게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하는 졸업식이 열렸다. 예원양의 어머니는 “예원아, 지금도 네가 없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 매일 그립고 보고 싶다”며 “네가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나눠주고 떠났듯이 엄마도 그렇게 할게. 착하고 예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너무 당연하게 늘 함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예원이를 처음 품에 안았던 따뜻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예원양의 아버지 이씨는 “매일같이 예원이를 그리워하며 일상을 전하는 편지를 하늘나라로 쓰고 있다”며 “예원이에게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예원양의 부모는 딸이 숨을 거둔 지 1년 반이 지난 최근 딸의 사연을 공개해달라고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얘기했다고 한다. 기증원 측은 “당초 예원양의 부모는 딸을 떠나보내고 너무 마음이 아파 언론 보도를 거부하셨다”며 “이후 뒤늦게 또래 아이들의 장기기증 사실이 보도되는 것을 보고 예원양 사례도 알려야겠다고 결심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원양 부모는 딸의 사연이 알려져 누군가 예원양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예원양을 기리고 싶다는 마음이었다”고 전했다.

문인성 기증원 원장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어린아이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기증에 동의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예원양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