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음주하며 진행하는 이른바 ‘술방’(술+방송)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유행 중인 가운데, 정부가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개정하고 나섰다. 연예인들의 술방이 음주 문화를 지나치게 조장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29일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을 기존 10개 항목에서 12개 항목으로 늘린 개정안을 발표했다. 추가된 내용은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 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와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두 가지다.
이번 개정안은 연예인들의 술방이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유튜브에 ‘술방’을 검색하면, 방송인 신동엽의 ‘짠한 형 신동엽’, 래퍼 이영지의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 등 게스트를 불러 술을 마시며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컨셉의 방송이 나온다. 맛집 소개가 주 컨셉이지만, 대부분 영상에서 술을 곁들이는 성시경의 ‘먹을 텐데’ 채널도 검색된다. 이외에도 가수 조현아의 ‘목요일 밤’, 만화가 기안84의 ‘술터뷰’ 등도 모두 게스트를 초대해 술을 마시며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들 영상은 영상 하나 당 조회수가 100만회는 기본으로 훌쩍 넘길 만큼 인기가 좋다. 특히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서 방탄소년단 멤버 진이 나온 회차의 조회수는 2170만회를 돌파했다. 게스트로 이효리가 나온 ‘짠한 형’ 영상은 조회수가 637만회에 달한다.
문제는 이 같은 콘텐츠에 어린이나 청소년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인기 있는 게스트가 출연해 술을 마시면서 미성년자에게 음주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대부분 술방은 성인인증 없이 시청이 가능한데, 음주가 초래하는 해악을 안내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발표한 유튜브 음주 영상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유튜브 음주 콘텐츠 100개 중 90개는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거나 음주 중 부정적 행동(과음, 폭음, 폭탄주, 욕설, 성적인 묘사 등)을 보여주며 주류 제품을 광고하는 듯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에 복지부와 개발원이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복지부는 “드라마·예능 프로그램 등 우리에게 익숙한 미디어 속 음주 장면이 청소년의 모방심리 등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폐해가 부각됨에 따라 개정판을 만들었다”고 했다.
다만 개정된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은 아니라서 개개인 유튜버 자율 규제에 맡겨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는 향후 가이드라인을 활용하여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음주 장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송국,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 소속사 협회,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 관련 협회 등과 협업할 계획이다.
보건부 관계자는 “음주 미디어 가이드라인 개정이 음주에 관대한 미디어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라며, 미디어 업계 종사자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개발원 관계자도 “음주율을 감소시키고 음주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국민의 인식개선을 통한 절주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음주폐해예방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