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함께 유학 생활을 하던 고등학교 동창을 5년간 가스라이팅하며 1억6000여만원을 가로채고 머리를 구타해 영구장애를 입힌 20대 남성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부장 강선주)는 일본에서 함께 유학 생활을 하던 고교 동창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해 금품을 갈취하고 중상해를 입힌 20대 남성 A(24)씨를 강요·공갈·중상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의 범행은 피해자 B씨와 일본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약 5년간 지속됐다. 서울 강서구의 한 고등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유학 프로그램에 지원해 일본 오사카 소재 대학에서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A씨는 오사카에서 같은 아파트 이웃이었던 B씨에게 한국에서도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지낼 것을 요구하는 등 한일 양국 모두에서 가까운 거리에 B씨를 두려 했다.
A씨는 B씨가 타국 생활에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느끼자 의지할 곳 없는 B씨에 접근해 사실상 ‘노예’처럼 대하는 등 가스라이팅을 통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A씨는 B씨가 게임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노려 그를 한 게임회사에 취직시켜준 것처럼 속이고 심리적으로 지배하기 시작했다. A씨는 피해자가 일정한 게임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면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으니 갚아야 한다”는 취지로 B씨를 압박했다. 이에 B씨는 실제로 자신이 게임회사에 취직한 줄 알았지만, A씨가 소개한 게임 회사는 실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2019년 3월부터 A씨는 B씨에게 ‘게임회사에 대한 채무부담’이라는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강요한 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수시로 보고하라고 요구하기에 이른다. 계약서에는 B씨가 수면을 취하거나 식사·목욕 등을 한 뒤 찍은 사진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A씨는 그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체벌을 가했다. 또한 A씨는 B씨의 SNS 계정을 직접 관리하면서 B씨가 외부와 접촉할 경로를 철저하게 차단했다.
그 결과 B씨는 A씨를 두려워하며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렀고 B씨를 완전히 지배하게 된 A씨는 그의 생활비 대부분을 가로챘다. 2020년 12월부터 2023년 3월까지 A씨는 B씨로부터 405회에 걸쳐 1억6000만원에 달하는 생활비, 아르바이트 돈 등을 갈취한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돈을 갚지 않으면 부모, 여동생이 대신 갚아야 한다”며 B씨를 협박했다. B씨는 A씨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범행은 금품 갈취에만 그치지 않았다. B씨를 물리적으로 폭행해 중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B씨는 지난해 9월 게임을 많이 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머리를 수차례 폭행당했고 그 결과 뇌내출혈, 경막하혈종이 발생해 영구적인 장애를 입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일본 119 구급대원에게 A씨는 “B씨가 혼자 넘어졌다”고 진술했고, 이후에도 B씨 행세를 하며 B씨 가족들에게 메세지를 보내는 등 B씨의 부상 사실을 은폐했다.
A씨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부터 혐의를 부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약 2주간의 보완 수사를 거쳐 혐의를 입증했다. 검찰은 A씨가 사용한 계좌 6개를 분석하고, 피해자와 작성한 계약서·SNS·문자내역 등을 분석해 A씨의 범행을 입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20대 청년의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심리상담과 경제적 지원 등을 이어갈 방침”이라며 “피고인이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