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되는 빨간 고무통을 힙겹게 옮기고 있는 40대 의붓아들. /경찰청 유튜브

40대 남성이 70대 의붓어머니를 살해한 뒤 모래밭에 암매장하는 일이 벌어진 가운데,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직접 수사 경위와 체포 과정 등을 밝혔다.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0월 19일 서울 영등포구의 의붓어머니 집에서 벌어졌다. A씨가 의붓어머니의 기초연금과 누나의 장애인연금이 든 통장을 훔치려다, 제지를 받자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다. 이후 시신을 경북 예천으로 이동해 암매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유튜브에 25일 올라온 영상에 따르면, 경찰이 처음부터 A씨를 범인으로 의심한 건 아니었다. 주민센터에서 “관리하는 독거노인이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신고가 처음 접수됐을 당시만 해도 경찰은 휴대전화 위치값이 작년 사별한 남편의 고향인 예천으로 뜬 점 등을 고려해 의붓어머니가 단순히 남편을 그리워해 예천으로 혼자 내려갔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단순 실종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수사를 이어갈수록 인근 고시원에 거주하던 A씨가 수상쩍은 행동을 보였다. 진술이 엇갈렸고, 급기야 경찰이 진술조서 작성을 위해 전화했을 땐 연락이 두절됐다. 이 과정에서 의붓어머니와 마지막으로 통화한 인물이 A씨였다는 점 등의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이 A씨가 거주하던 고시원 CCTV를 확인한 결과, 그가 도망치듯 다급히 빠져나가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때부터 사건은 ‘단순 실종 사건’이 아닌, ‘살인 사건’으로 전환됐다.

의붓아들이 시신을 미리 준비한 렌트카 트렁크에 싣고 있는 모습. /경찰청 유튜브

결정적으로 A씨 범죄 사실이 드러난 건 의붓어머니 집 앞 설치된 방범용 CCTV에 담긴 모습 때문이었다.

이를 보면, 19일 저녁 A씨는 의붓어머니를 따라 집으로 들어갔고, 한참 뒤 혼자 나왔다. 의붓어머니는 끝내 집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A씨가 의붓어머니 집에 다시 방문해 시신이 든 것으로 추정된는 빨간 큰 고무통을 힘겹게 굴리며 나오는 장면이 포착됐다. A씨는 이 고무통을 미리 준비한 검은색 렌터카 트렁크에 싣고 떠났다.

경찰이 렌터카 업체를 통해 해당 차량 트렁크에 루미놀 검사를 진행한 결과, 혈흔 반응이 나왔다. 이에 경찰은 A씨 범행을 확신, 그를 수원의 한 숙박업소에서 체포했다. A씨는 이후 경찰 조사에서 살해를 자백했다고 한다.

현재 A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검찰은 올해 4월 실직한 A씨가 지인들에게 빌린 돈을 경전·경륜, 인터넷 방송 후원 등에 탕진해 범행 당시 약 2255만원의 채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숨진 의붓어머니는 1997년 재혼한 남편이 지난해 4월 사망한 뒤 자신의 기초연금과 A씨 누나의 장애인연금 등 88만원으로 매달 생활을 이어왔다고 한다. 재판에서 강도살인 혐의가 인정될 경우, A씨는 무기징역 또는 사형을 선고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