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은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이 발생한 지 5시간 만에 범인 김모(67)씨에 대한 1차 조사 내용을 브리핑했다. 김씨는 사건 현장에서 곧바로 붙잡혀 부산 강서경찰서로 압송됐다. 경찰은 “김씨로부터 살해 동기를 확인했으며 김씨의 행적과 당적(黨籍) 등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피습 당시 상황은 현장을 생중계하던 유튜브 영상에 담겼다. 이재명 대표는 2일 오전 10시 26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를 둘러본 뒤 차량이 있는 쪽으로 걸어서 이동 중이었다. 이때 기자들과 유튜버 등 20~30명이 몰려들면서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3분 뒤인 10시 29분쯤 김씨는 ‘내가 이재명’이라고 적힌 왕관 모양의 모자를 쓰고 ‘대동단결’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든 채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 이 대표와 마주 섰을 때 “사인 하나 해주세요”라고 하며 펜을 주는 척하더니, 순식간에 점퍼 주머니에 숨기고 있던 흉기를 꺼내 이 대표의 왼쪽 목 부위를 찔렀다. 이 대표는 “아” 하는 짧은 비명과 함께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 대표는 목에 1.5cm 길이의 상처를 입었다. 당시 현장에는 행사 안전 관리를 위해 배치된 경찰 인력이 41명 정도 있었지만, 김씨 범행을 막지는 못했다.
경찰은 이날 브리핑에서 “범인은 충남에 거주하는 57년생 김모씨”라며 “(김씨가) 부산에 언제 왔는지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범행에 사용된 흉기는 전체 길이 18cm, 날 길이 13cm의 칼로 지난해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
경찰은 이번 피습에 대해 “김씨의 ‘계획 범죄’로 본다”고 밝혔다. 김씨는 경찰에서 “이 대표를 살해하려고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다만, ‘왜 죽이려고 했는지’는 말하지 않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마약 전과나 정신병력이 없고, 범행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또 “김씨는 (이 대표를) 살해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찰은 “김씨가 지난해 말부터 김해와 부산 등 다른 행사장에서도 이 대표의 동선(動線)을 따라다녔다는 의혹도 확인 중”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난달 13일 부산 서면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지역 전세 사기 피해자 간담회, 지난 1일 김해 봉하마을 방문 행사에서도 김씨가 이 대표에게 접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지난달 13일 부산 행사 당시의 유튜브 영상에는 김씨로 보이는 인물이 등장한다. 이 남성은 이 대표를 습격한 김씨처럼 ‘내가 이재명이다’라고 적힌 왕관 모양의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 대표 주변에 머물렀지만 직접 접촉하진 못했다. 경찰은 당시 행사를 촬영한 유튜브 영상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는 지난 2001년 서울 영등포구청에서 명예퇴직한 전직 공무원이다. 현재는 충남 아산에서 부동산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김씨 사무실의 월세가 5~6개월 밀린 상태라고 한다. 김씨의 한 이웃은 “김씨는 소심한 사람이고 대화를 나눠보면 조용한 스타일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지인은 “김씨가 어떤 정치적 발언이나 정치적 활동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특별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도 못 봤다”고 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모 정당의 당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날 김씨가 진술했던 ‘정당’이 어느 당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경찰은 각 정당에 공문을 보내 김씨가 당원인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여기에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하기 위해 소속 정당의 당원 명부를 크로스체크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찰청은 이날 부산경찰청에 68명 규모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대검도 부산지검에 이 사건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자체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