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의 감금 및 학대 등의 피해를 본 B씨의 머리 상태./온라인커뮤니티

여자친구를 5일간 감금한 채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구속 기소됐다. 이 남성이 재판에서 대부분의 범행을 부인하자 피해자 부모는 “가해자가 반성의 기미도 없다”며 엄벌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일명 ‘바리캉 사건’ 피해자의 부모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3일 온라인커뮤니티를 통해 “딸이 머리가 바리캉에 밀린 채 구조됐다”며 “제발 도와달라”고 글을 썼다. 글 작성자는 “엽기적이고 충격적인 범행을 저지르고도 가해자는 저희 딸이 원해서 한 짓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 3명을 선임했다”고 운을 뗐다.

검찰 등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7월7일부터 11일까지 벌어졌다. A(25)씨는 여자친구 B(20)씨를 경기 구리시의 한 오피스텔에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자른 뒤 감금하고 수차례 폭행하고 강간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1일 A씨가 잠든 틈에 부모에게 살려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구조됐다.

작성자는 “구조 당시의 딸아이는 처참하기 그지 없었다”며 “머리는 바리캉으로 밀려 엉망이었고 수십대를 맞은 몸은 여기저기 멍투성이였다”고 했다. 이어 “딸아이를 처음 발견한 소방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며 “‘이렇게 공포감에 질린 경우는 처음 봤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부모로서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죄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작성자는 키 190㎝가 넘는 A씨가 딸 B씨를 수차례 폭행했을 뿐 아니라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행각을 했다”고도 했다. 그는 “(B씨가) 딸의 얼굴에 오줌을 싸고, 강아지 패드에 소변을 보게 하는 등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엽기적인 행동을 했다”며 “딸이 겪었다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바리캉 사건' 가해자 A씨 부모가 아들 사건에 대해 한 말./MBC '실화탐사대'

범행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협박한 정황도 있다고 작성자는 주장했다. 그는 A씨가 “어차피 우리 집은 돈 많고 너는 돈 없으니까 빵빵한 변호사 사서 길게 살아 봐야 1~2년 인데 내가 너 어떻게 안하겠냐”며 “경찰이 오든 너희 부모가 오든 난 너 끝까지 따라가 죽일 거고 경찰이 너 보호 못해준다”는 식의 이야기로 딸을 모욕하고 협박했다고 적었다.

또 작성자는 사건이 공론화되자 A씨 부모가 한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사람을 죽인 사건도 아니고, 도둑질도 아니다. 절대로 기사에 날만큼 흉악범은 아니다”고 말한 사실도 있다고 전했다.

현재 A씨는 특수협박과 강간, 감금 등 7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는 A씨가 B씨의 얼굴에 침을 뱉고 소변을 본 뒤 알몸 상태로 “잘못했다”고 말하도록 강요하고, 이를 촬영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또 B씨의 휴대전화를 사설업체에 맡겨 디지털포렌식하고, B씨를 은행에 데려가 돈을 찾게 한 뒤 구리시의 오피스텔 보증금과 월세를 치르게 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에 대해 A씨 측 변호인은 지난해 9월 열린 첫 공판에서 첫날 오전 폭행 등 일부 공소사실은 인정했으나, 강간이나 감금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다르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작성자는 “딸을 지켜주지 못한 부모로서 딸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는 것 밖에 없기에 싸움을 시작했다”며 탄원서 서명을 간곡히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