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재판을 16개월간 맡아온 강규태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 부장판사가 사표를 내면서 이 재판이 지연될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 판결을 선고하게 돼 있는 법 규정을 이미 어긴 상태인데 다음달 정기 인사로 판사가 새로 오면 그동안 진행된 재판 녹음을 법정에서 재생하는 등 사실상 재판을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지난 2022년 9월 기소됐다.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대선 당시 방송에 나와 대장동 개발의 핵심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시절에 몰랐다고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가 적용됐다. 또 백현동 아파트 특혜 개발과 관련해 국토부로부터 “부지 용도를 상향 조정하지 않으면 문제 삼겠다”는 압박을 받았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도 받았다.
강 부장판사가 맡은 재판은 지금까지 절반쯤만 진행이 됐다. 재판 초기에 쟁점과 증거를 정리하는 공판 준비 기일에만 6개월이 걸렸다. 유무죄를 가리는 정식 재판도 2주에 1회씩만 열었다. “주 1회 재판을 해달라”는 검찰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혐의를 심리하는 데에만 1년 넘게 걸린 것이다.
법원 내부에서도 “저런 식으로 재판을 지체하다가 나가버리면 동료 판사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강 부장판사는 “사건 진행을 느리게 한다고 비난을 하니 참 답답하다.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라는 내용의 글을 대학 동기 단체 대화방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법원은 이 대표의 ‘위증 교사 사건’에 대한 재판을 ‘대장동 사건’ 등 다른 재판과 분리해서 재판하기로 결정하는 데에도 한 달 가까이 시간을 끌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인 관련 중요 사건에서 법원이 의도적으로 눈치를 보면서 재판을 지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런 일은 문재인 정부 시절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 시절부터 있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김미리 부장판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1심 재판에서 공판 준비 기일로만 15개월을 보냈다. 그러면서 이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되는 데 46개월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