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오른쪽). photo 뉴시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골병라인’으로 불리는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완화를 위해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안을 발표한 가운데, 5호선 연장이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를 완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광위는 지난 1월 19일 경기도 김포시와 인천광역시 측 의견을 종합해 5호선 차량기지가 있는 서울 강서구 방화차량기지에서 김포 풍무지구와 인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한강신도시와 한강2컴팩트시티(예정)까지 이어지는 5호선 연장안을 발표했다.

한데 김포시와 인천시 양 지자체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다 보니 5호선 연장노선은 ‘U자형’으로 두 번이나 선형이 크게 휘어지는 굴곡노선이 만들어졌다. 자연히 지금도 노선굴곡이 심한 5호선 연장으로 거의 직선에 가까운 김포골드라인으로 쏠리는 교통수요를 대체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

5호선은 지난 2021년 경기도 하남시의 하남검단산역까지 7.7㎞를 연장할 때도 동일한 ‘U자형’의 굴곡노선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굴곡노선의 경우 열차가 제 속도를 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열차 바퀴 마모와 이에 따른 차량 내 소음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5호선은 대표적인 ‘소음철’로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국토교통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발표한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안. photo 뉴시스

U자형 두 번 휘는 노선, 경쟁력 있나?

김포 한강신도시가 조성된 곳은 김포시 운양동, 장기동, 구래동, 마산동 일대다. 이 중 김포 한강신도시의 중심으로 김포골드라인과 5호선의 환승역이 들어설 장기역에서 출퇴근 수요가 몰리는 서울 여의도역까지는 선형이 굽이치는 5호선을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김포골드라인을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가서 9호선으로 환승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르다.

장기역에서 여의도역까지 김포골드라인과 9호선을 이용해 이동할 경우, 환승역인 김포공항역을 포함해 총 17개 역(완행) 또는 10개 역(급행)을 지난다. 하지만 5호선으로 이동할 경우 비록 환승은 없지만 총 24개 역을 통과해야 한다. 네이버 지도 기준으로, 장기역에서 출발해 김포공항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한 뒤 여의도역까지 가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5분의 환승시간을 포함해 46분 내외(9호선 급행 기준)다.

한데 국토부가 발표한 5호선 연장노선 25.56㎞의 10개 정거장을 지나는데 걸리는 시간은 25.6분, 여기에 방화역에서 여의도역까지의 16개 정거장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가량이다. 도합 55~56분으로 차별화된 속도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김포골드라인은 몸집이 가벼운 2량 1편성 경(輕)전철이고, 5호선은 몸집이 무거운 8량 1편성 중(重)전철이다. 김포골드라인의 표정속도는 43.6㎞/h인 반면, 5호선의 표정속도는 32.3㎞/h에 불과하다.

교통평론가 한우진씨는 “김포 한강신도시를 조성할 때 중전철인 9호선을 연장해 큰 축을 만들고 이후 경전철로 굴곡노선을 추가해야 했는데, 첫 단추를 잘못 끼워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며 “경전철을 먼저 놓으니까 또다시 중전철이 필요해졌고 인천 검단신도시 등 주변 개발로 인해 갈수록 요구사항이 추가되면서 굴곡노선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직선에 가까운 김포골드라인은 2019년 9월 첫 개통 후 ‘골병라인’ ‘지옥철’과 같은 오명에도 불구하고 직선의 선형으로 노선경쟁력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 문제가 터진 후 광역버스를 대거 투입하면서 혼잡도가 잠시 낮아졌지만 얼마 안 가 다시 올라가는 기현상도 엿보인다. 김포시에 따르면 한때 289%에 달했던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지난해 5월 각종 대책이 쏟아지면서 200% 내외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9월 다시 226% 수준으로 올라간 상태다.

차량기지·건폐장이 걸림돌

이에 같은 돈으로 차라리 9호선을 연장해 인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한강신도시까지 연결하는 것이 그나마 직선에 가까운 선형을 구축할 수 있어 비용 대비 효과가 더 좋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김포공항역에서 인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한강신도시 장기역까지 9호선을 연장할 경우, 직선거리로 대략 15㎞ 내외다. 5호선 연장(25.56㎞)에 비해 더 짧아 킬로미터당 공사비는 확연히 줄어든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지난해 12월 여당인 국민의힘의 ‘김포 서울 편입’ 카드에 맞서 “9호선 김포 연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9호선 김포 연장은 실현가능성이 의심스러운 GTX-D 노선을 대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GTX-D 노선은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2021~2030)에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란 이름으로 반영됐다. 김포한강신도시 장기역에서 경기도 부천(부천종합운동장역)까지 총연장 21.1㎞의 노선을 부설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2조2000억원이다.

하지만 “부천을 돌아서 서울로 가라는 말이냐”는 김포 주민들의 반발에, 지난 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는 김포와 부천을 차례로 거쳐 서울 남부를 돌아 강남(삼성역)까지 이어진 뒤 하남 교산신도시와 강원도 원주로 갈라지는 노선으로 변경됐다.

정작 김포 한강신도시와 인천 검단신도시 주민들로서는 부천을 우회해 서울 강남(삼성역)으로 가는 것보다는 9호선 급행을 이용해 강남(삼성중앙역)까지 가는 것이 거리는 물론 시간상으로도 훨씬 가깝다. 9호선 연장이 전체 노선을 새로 부설해야 하는 GTX-D에 비해 사업비가 훨씬 적게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9호선도 이미 혼잡도가 높고, 서울지하철 2호선 남부 구간 대체를 위해서도 GTX-D노선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다만 5호선 연장의 이해당사자인 서울시와 김포시가 5호선 방화차량기지와 바로 인근의 건설폐기물처리장의 김포 이전을 전제로 노선 연장을 추진하고 있어 계획변경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2021년 재정부담을 이유로 “서울 시계(市界) 밖 지하철 직결연장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천명한 서울시는 5호선 연장은 ‘기피시설’인 방화차량기지와 건폐장의 김포 이전을 전제로 예외를 뒀다. 결국 2022년 11월 서울시와 강서구, 김포시는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5호선을 김포까지 연장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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