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 9일 백경환(가명)씨 검찰 조사 당시 녹화된 영상. 백씨가 범행을 거듭 부인하자 검사는 “마스크를 벗기라”고 말하며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photo 박준영 변호사

“그래도 많은 희망은 그냥 안고 있었어요.”

지난 1월 4일 저녁 13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백희정(가명)씨의 첫마디다. 그녀는 2009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의 피고인이다. 검찰은 당시 60대인 남편과 20대인 딸이 성관계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공모하여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최모씨(당시 59세)가 마시게 해 살해했다고 보고 부녀를 재판에 넘겼다. 부녀는 2010년 2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011년 11월 항소심에서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을 각각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은 2012년 3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러나 두 부녀는 지난 1월 4일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으로 석방됐다. 수감 중인 재심 대상자가 집행정지 결정으로 석방된 것은 국내 재심사건 가운데 최초 사례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아버지 백경환(가명)씨는 출소 직후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세상은 이 사건을 ‘근친상간’ ‘존속살해’라는 잔혹한 단어로 기억했다. 부녀는 인면수심의 패륜범죄를 저질러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돼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2심 판결문 인용)’해야 하는 존재가 됐다. 반면 한 달이 넘도록 경찰이 물증을 찾지 못한 사건을 단숨에 해결한 강모 검사는 일약 ‘스타검사’로 떠올랐다. 사건의 유일한 증거는 부녀의 자백이었다.

그러나 아버지 경환씨는 초등학교를 중퇴해 글을 깨치지 못했고, 희정씨의 지적능력은 IQ 74의 ‘경계선’ 수준이었다. 정상 범주에 있지만 ‘평균하’ 수준의 지적능력으로, 일상을 영위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낯설거나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상황에 놓이는 경우 지적능력이 불안정하게 발휘될 가능성이 있다. 희정씨는 특히 동작성지수에 비해 언어성지수가 72로 낮은 편이었는데, 조사과정 영상과 희정씨의 정신감정결과를 감정한 김태경 우석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대검찰청 과학수사 자문위원)는 “누군가 확신을 가지고 유도 및 암시 질문을 하는 경우 저항하지 못하고 유도될 가능성이 적지 않고, 쉽게 겁을 먹고 오보할 가능성도 또래에 비해 현저히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재심 개시 결정을 이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는 녹화된 조사 영상을 통해 검찰이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검사와 수사관이 ‘허위공문서 작성’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직무상 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녀의 자백이 담긴 조서가 왜곡 및 조작됐다는 것이다.

재심 결정을 내린 재판부 역시 “(검찰 측이) 범행경위를 단정하고, 피고인으로부터 이러한 범행경위에 부합하는 진술을 이끌어내기로 의도”하고 위법하게 수사권을 남용했다고 판단했다. 주간조선은 박 변호사로부터 당시 검찰의 피의자신문 영상과 진술조서 등을 제공받고 사건 관련자 인터뷰 등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들여다봤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2009년 7월 6일 오전 5시경 백경환씨는 대문 안쪽 마당에서 발견한 막걸리 두 병을 마루 앞으로 옮겨 놨다. 백씨의 아내 최모씨는 인근 일터에 이 막걸리를 들고 갔다. 최씨는 이날 오전 9시10분경 함께 근무하던 동료 3명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고 쓰러졌다. 두 병의 막걸리 중 한 병에 청산가리가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최씨 외 1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막걸리를 뱉어낸 2명은 목숨을 건졌다.

이후 경찰은 한 달이 넘도록 사건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009년 9월 14일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부적절한 성관계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최씨의 남편과 딸의 공모에 의한 범죄”라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한 범행 동기인 ‘부녀 간 성관계’에 대한 증거는 없었다.

부녀를 기소한 강 검사는 공소장에 부녀가 범행을 저지른 과정을 이렇게 적었다. ‘피고인 백경환은 2009년 7월 2일 오후 6시경 황전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화물차를 운전해 풍덕동에 있는 아랫시장 내 A식당에서 범행에 사용할 목적으로 750mL들이 B막걸리 3병을 구입한 후, 집으로 돌아와 1병을 피해자 최씨와 나눠 마시고 남은 2병은 주방 냉장고에 보관했다. 그후 7월 3일 오후 6시경 냉장고에서 꺼낸 막걸리 2병과 약 17년 전 이모씨로부터 얻어다가 창고 선반 위에 보관하고 있던 청산염을 꺼내 창고 바닥에 놓아두고 백희정에게 그 사실을 알려줬다. 그러자 백희정은 7월 4일 오후 8시경 이를 집 옥상으로 가져가 1회용 숟가락을 이용해 청산염 절반을 막걸리 1병에 투입, 희석한 후 주방 냉장고 야채보관함에 숨겨 보관하다가 7월 6일 오전 3시경 대문 안쪽 화단 앞 마당에 가져다 놨다.’

2009년 12월 16일 진행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현장검증. photo 연합뉴스

검찰 신문 동영상과 판이하게 다른 조서

그러나 조사 및 재판과정에서는 검찰의 주장과 모순되는 증거들만 나왔다. 백씨가 사왔다는 B막걸리는 7월 2일 생산된 데다, 순천시 서면까지만 배달되는 막걸리다. 백씨 동네인 황전면에서는 다른 막걸리를 판매했다. 이에 경찰은 7월 2일부터 사건 발생일인 7월 6일까지 순천과 황전면 사이에 있는 도로 CCTV를 최대한 확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환씨의 차량이 7월 5일 오전 7시28분경 ‘순천에서 구례방향 카메라’에 촬영된 사실만 확인했을 뿐, 7월 2일 ‘순천시 풍덕동 아랫시장’을 오간 흔적을 확인하지 못했다.

이에 검찰은 경환씨의 막걸리 구입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CCTV 자료가 뇌우를 맞았다고 주장하며 재판에 제출하지 않았다.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박 변호사는 재심 심리 과정에서 도로 CCTV 자료 등 70여개의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공소장에서 백씨가 B막걸리를 구입했다고 적힌 A식당 주인은 검찰과 법정에서 ‘식당에서는 900mL들이 B막걸리만 취급하고 750mL들이 막걸리를 취급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A식당 장부에도 900mL 막걸리만을 납품받은 것으로 기재됐다. 또 검찰이 희정씨가 막걸리에 청산염을 혼입했다고 주장한 7월 4일 오후 8시 무렵, 희정씨는 부산에 갈 차비가 입금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9차례 폰뱅킹을 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살인 범행의 성공을 위해 정신을 집중해 실행행위를 하는 시간대에 폰뱅킹을 하거나 부산에 갈 준비를 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봤다.

범행에 사용된 청산가리를 17년 전 이모씨로부터 얻었다는 근거 역시 경환씨의 진술밖에는 없다. 게다가 1심 판결문에 따르면, 2009년 8월 27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 경환씨는 이모씨로부터 청산염을 얻은 시기에 대해 ‘4~5년 전’이라고 진술했다가, 검찰로부터 이씨가 1999년 이미 사망한 사실을 들어 알게 되자 2009년 9월 3일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너무 오래되어 그때가 언제인지 모르겠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기록됐다. 2009년 9월 9일 피의자신문 영상을 보면 경환씨는 “이씨로부터 17년 전 싸이나(청산염)를 얻은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실은 없었습니다”라고 답한다. 또 “그런데 왜 싸이나를 얻었다고 진술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애기엄마가 먼저 돌아가셔서 그냥 제가 둘러 썼다”고 말한다.

2009년 9월 5일 자로 기록된 백경환(가명)씨의 자술서. 박준영 변호사는 다른 자술서와 비교했을 때 해당 자술서는 백씨가 스스로 쓴 게 아니라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베껴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글을 잘 알지 못했던 백경환(가명)씨의 필체. 짧은 글을 쓰는 것에도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존엄성을 침해당한 부녀

“지금 이거 다 녹화됐어요. 법정에 나와.”

검찰 수사관은 백경환씨를 신문하면서 이런 말과 함께 영상이 녹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김태경 교수는 검찰이 부녀를 압박하고 진술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단으로 ‘녹화’를 언급했다고 봤다. 그러나 검찰의 의도가 무엇이었든, 검찰이 녹화해둔 이 조사과정은 재심 개시 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증거가 됐다. 부녀가 말하지 않은 내용이 조서로 작성된 사실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과 조서를 비교하면 검찰 측과 부녀의 문답이 전환되고, 조서가 편집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이를 조서 왜곡, ‘허위공문서작성’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녹화된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강 검사와 정모 수사관이 범행 동기와 과정을 길게 설명하면 경환씨가 이를 부인하거나 ‘네’라고 답하는 과정이 담겼다. 침묵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진술조서에는 검찰 측 질문에 경환씨가 유창하게 답한 것처럼 적혔다. 아래는 2009년 8월 27일 작성된 조서와 실제 영상의 대화 내용 중 일부다.

문: 살해 방법으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먹이자는 생각은 누가 했나요.

답: 제가 했습니다.

수사관: 살해 방법으로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 먹이자는 생각은 누가 했습니까? 본인 생각이신가요?

백경환: 저는 아닌데요.

수사관: 누구, 누구예요? 아까 본인이 하셨, 본인이 그렇게 하자고 하셨, 내가 싸이나가 있으니까 어쩌고 저쩌고 하시던데? 맞아요?

백경환: 그건 아닐건데.

수사관: 아니 봐봐요. 그럼 희정이 생각이에요?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서, 타서 먹이는 방법으로 죽이자고. 그죠?

백경환: 그렇게 했는가요 제가?

수사관: 예 예, 기억 안 나세요? 본인 생각이신가요? 막걸리에 청산가리를 타서 먹이자는 생각은 누가 했어요? 희정이가 했어요? 본인이 하셨어요? 아까 본인이 했다 그랬잖아요. 본인이 싸이나가 있으니까.

백경환: 네.

수사관: 먹이자. 맞아요?

백경환: 네.

수사관: 제가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사건 재판에서 부녀의 변호를 맡았던 송현승 변호사는 “조서를 통해서만 재판을 진행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나중에 방송을 통해 영상을 처음 봤는데, 조서와 영상이 불일치했다”며 “재판 당시에도 백희정씨에 대한 조서 몇 개가 복사 붙여넣기 한 것처럼 똑같은 것을 확인하고 그것을 지적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검찰이 그렇게까지 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1심에서 승소했음에도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힌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2심에서 부녀에게 유죄판단이 내려진 근거는 백경환씨의 자백이다. 2009년 8월 27일 제3회 피의자신문 조서에는 경환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딸이 모든 것을 다 자백을 해버렸고, 특히 저에게 성폭행을 지속적으로 당했다는 것을 고백해 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자백하고 만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그러나 당시 녹화된 영상에서는 정모 수사관이 “그동안 처 살해 범행을 부인했다가 오늘 자백한 이유가 뭔가요? 오늘 자백한 이유? 왜 자백하셨어요? 아까 딸이 다 얘기를 해버려서 그렇죠? 딸이 모든 것을 다 자백해버렸고 특히 저와 성관계한 것까지 다 말해버렸기 때문에 그렇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거죠?”라고 질문하고 경환씨는 소극적으로 “네”라고 답했다.

하지만 경환씨는 이후 조사에서 거듭 범행을 부인했다. 2009년 9월 9일 조사 영상에서 경환씨는 “모든 것을, 전체를 거짓말했다” “막걸리부터 청산가리까지 거짓말했다” “그런 건(딸과의 살해 공모) 절대 없었다”고 강경하게 범행을 부인한다. 또 딸이 청산가리, 막걸리 출처 등에 대해 ‘자백’한 다음 날 ‘용의자가 검거됐다’는 검찰발 뉴스를 본 경환씨는 “방송을 딱 보고는 대굴빡(이마)을 세 번 쳤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환씨가 연이은 질문에도 범행을 부인하자 강 검사는 “뭔 말이야? 마스크 벗겨. 마스크 이 양반 벗겨보세요”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단 한 차례, 수동적인 진술이라 할지라도 경환씨가 살인과 친족 성폭력을 인정한 것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영상을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된다. 진술의 전체적인 내용도 중요하지만, 진술자의 억양과 표정, 몸짓 등 표현도 중요하다”며 “(영상을 보면 경환씨가) 진술하는 과정에서 벌벌 떨기도 하고, 말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소위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은 열심히 항변을 했는데, 자고 일어나면 없던 일이 되는 게 몇 날 며칠 반복됐다. 억울해서 계속 이야기를 해도 조사자는 자백을 할 때까지 똑같은 질문을 한다. 의지를 잃게 만든 것”이라며 “아내가 살해당했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음에도(경환씨는 조사에서 한 여성을 범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린 데다, 딸은 자신과 하지도 않은 성관계를 했다고 자백한 상황에 놓였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른다. 누구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4일 백경환(가명)씨가 재심 개시와 형 집행 정지로 순천교도소에서 풀려나고 있다. photo 연합뉴스

검찰 항고 “위법 수사 없었다”

희정씨에 대한 피의자신문 과정에서는 회유와 반복적인 유도·암시,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노골적인 성적표현이 이어졌다. 2009년 8월 27일 검찰이 범행 동기로 주장한 부녀 간 성관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희정씨를 면담 조사한 여성 수사관은 조롱에 가까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여성 수사관은 희정씨에게 어머니 최씨가 사망한 이후 경환씨와의 성접촉에 대해 질문하면서 “그러면 그때 엄마 안 계셨어?”라고 말한다. 희정씨가 “돌아가셨잖아요. 사망했잖아요”라고 답하자 수사관은 “맞아. 돌아가셨구나. 내가 미안. 흐흐. 돌아가셨을 때구나. 잡히기 며칠 전이니까”라고 말하며 소리내 웃는다.

이에 대해 김태경 교수는 “내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이 존중받아야 할 존엄이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질문이고, 보일 수 있는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또 “조사자가 희정씨가 진범이라 확신하고 있었고, 희정씨를 성폭력 피해자 혹은 살인사건 유족으로 처우할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검사와 정 수사관은 수사 내내 희정씨를 ‘희정아’라고 부르며 어린아이 대하듯 대했다. 또 희정씨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경찰 조사를 확인하고는 희정씨에게 “사실 뭐 지능이 떨어지고 뭐 그래? 너 아이큐 얼마야? 두 자리야?”라고 묻는다. 희정씨가 (지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답하자 조서에는 희정씨가 ‘경찰이 잘못 조사를 한 것입니다. 저는 정신적(IQ)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릅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적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희정씨의 지적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똑똑하다’고 주장했는데 조사 과정에서는 20대 중반의 비장애 성인과의 대화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표현을 쓰고 있다”며 “희정씨를 어떤 사람으로 처우했는지 너무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반복 질문을 하고 원하는 대로 답하지 않으면 ‘그럴 리 없다’며 다시 다른 이야기를 한다. 희정씨가 회유와 압박에 취약할 수 있다는 걸 검찰 측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건을 담당했던 강모 검사는 2013년 6월 면직 처분으로 옷을 벗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법무부가 밝힌 징계 사유는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향응수수, 유흥주점 및 모텔 출입 장면이 동영상 촬영되는 등 직무상 의무 위반 및 품위 손상’이다. 정모 수사관은 현재 법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정 수사관이 근무 중인 법무사사무소는 두 차례의 통화에서 그가 개인 사정으로 부재 중이라고 답했다.

법원의 재심 결정이 내려지자 광주고검은 이에 불복해 지난 1월 11일 항고한 상태다. 검찰은 “최초 범행을 자백한 경위에 위법한 수사 방법이 개입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피고인들의 허위 자백 주장에 대해 각종 증거를 종합해 숙고한 결과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전부 유죄로 확정됐다”고 항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 항고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는 “법이 정한 권리이기 때문에 검찰이 항고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은 재심을 결정하기까지 진실을 찾기 위한 어떤 노력도 전혀 없었고, 우리가 제출한 증거를 면밀히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려는 자세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법원에서 이 사건이 번복되고 검찰의 논리를 받아들일 거란 생각은 0.1%도 하지 않는다”며 “(결론까지 부녀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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