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22·파리생제르맹)과 카타르 아시안컵 도중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진 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31·토트넘 홋스퍼)이 21일 “강인이를 특별히 보살피겠다”고 밝혔다. 이강인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손흥민에게 직접 찾아가 사과했다고 밝힌 지 약 한 시간 만이다.
손흥민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강인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오늘은 조금 무겁고 어려운 얘기를 하려고 한다”며 “강인이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저를 비롯한 대표팀 모든 선수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저도 어릴 때 실수도 많이 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였던 적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좋은 선배님들의 따끔한 조언과 가르침이 있었기에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강인이가 이런 잘못된 행동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저희 모든 선수들이 대표팀 선배로서 또 주장으로서 강인이가 보다 좋은 사람,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옆에서 특별히 보살펴 주겠다”고 했다.
자신의 행동 또한 충분히 질타받을 수 있는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는 손흥민은 “그러나 저는 팀을 위해서 그런 싫은 행동도 해야 하는 것이 주장의 본분 중 하나라는 입장이기 때문에 다시 한 번 똑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저는 팀을 위해서 행동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팀원들을 통솔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손흥민은 “그 일 이후 강인이가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한 번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달라”고 축구 팬들에게 부탁했다.
손흥민은 다만 “일각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에 대표팀 내 편가르기에 대한 내용은 사실과 무관하며 우리는 늘 한 팀으로 한 곳만을 바라보려 노력해 왔다”고 했다. 앞서 대표팀 내 해외파와 국내파, 고참과 어린 선수끼리 나뉘어 어울렸다는 추측이 제기됐었다.
손흥민은 “축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소란스러운 문제를 일으켜서 진심으로 죄송하고 앞으로 저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 계기로 더 성장하는 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대표팀 주장으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리다”고 했다.
앞서 이강인은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난 아시안컵 대회에서 저의 짧은 생각과 경솔한 행동으로 인해 흥민이 형을 비롯한 팀 전체와 축구 팬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드렸다”며 “흥민이 형을 직접 찾아가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 런던으로 찾아갔다”고 밝혔다. 다른 대표팀 선배와 동료들에게도 한 명씩 연락해 사과했다고 했다.
그는 “식사자리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다”며 “팀에 대한 존중과 헌신이 제일 중요한 것임에도 제가 부족함이 많았다”고 했다. 특히 “흥민이 형이 주장으로서 형으로서 또한 팀 동료로서 단합을 위해 저에게 한 충고들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제 의견만 피력했다”며 “선배들과 동료들을 대할 때 더욱 올바른 태도와 예의를 갖추겠다”고 했다.
영국 매체 더선과 대한축구협회 설명을 종합하면, 아시안컵 준결승전 요르단과의 경기 전날 저녁시간 이강인 등 어린 선수 몇몇이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탁구를 치러 갔다. 팀 분위기를 생각한 손흥민이 이를 제지하다가 두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의 손가락이 탈구됐다.
사건이 알려진 후 국내에서는 이강인을 향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이강인을 모델로 썼던 치킨 브랜드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고, KT는 이강인의 광고 영상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