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보드카 시장도 급변하고 있다.

EU(유럽연합)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는 러시아 보드카 주요 소비국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로 러시아산 보드카 수출이 금지되면서 보드카 생산업체를 포함한 러시아 알코올 생산 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모스크바 상점에 진열된 보드카. 보드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세계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는 벨루가 보드카(가운데)가 보인다. /정병선 기자

EU는 지난 2022년 7월 6차 대러 제재 하나로 러시아산 주류의 수입 금지 조처를 내렸다. 러시아 보드카 시장의 변화는 금세 드러났다. 지난해 1분기 러시아의 보드카 생산량은 8% 감소했다.

러시아 보드카 중 서방에서 가장 인기를 누리던 벨루가 생산업체 벨루가 그룹의 보드카 생산량 역시 11% 감소했다.

러시아연방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해외 러시아 보드카 공급량이 76.75% 감소했으며, 순수 알코올 기준 수출량은 75만 2027리터로 무려 77% 감소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기 전 EU와 미국, 캐나다는 러시아 전체 보드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특히 고가 보드카 시장이었다. 하지만 전쟁 이후 판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25일 “기존 러시아가 차지했던 보드카 시장은 미국, 우크라이나, 몬테네그로가 장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EU 내 보드카 시장은 미국이 3770만 유로(543억6453만원)를 차지하며 유럽 최대 보드카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2022년 미국은 1530만 유로로 1위 러시아(3670만 유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2위는 전쟁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로 1900만 유로를 차지했다. 3위는 영국, 4위는 몬테네그로(1340만 유로)가 차지했다. 반면, 러시아의 보드카 공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9배 급감한 61만7300유로에 머물렀다.

러시아의 보드카 생산업체들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빅3 대신 CIS(독립국가연합), 중동, 인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대상으로 수출 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올 연말 정도 돼야 기존 시장의 손실을 만회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보드카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5% 이상 성장하며, 최대 402억5000만 달러(53조 633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리서치 앤 마켓(Research and Markets)의 보고서는 현재 전 세계 보드카 시장 규모를 259억5000만 달러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