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전문가들은 대·중소기업 격차라는 이중 구조가 양극화는 물론 저출생이나 노인 빈곤, 기업 장기 경쟁력 저하 등 한국 사회가 마주한 여러 사회문제의 핵심 원인 중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사회의 부(富)가 1차적으로 임금으로 분배되는데, 이 시스템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대기업이 아래로 중소기업을 쥐어짜서 고사시키는 것도 문제다. 이건 결국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갈라서 죽이는 것이다. 삼성, 현대차그룹, LG 등 우리나라 기업들은 훌륭하지만 혼자서는 해낼 수 없고 중소기업과 손잡고 나아가야 한다. 대기업이 노조와 협의해 대기업 아래의 하청을 키워줄 생각을 해야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

또 대·중소기업 격차를 줄이려면 복지 측면에서도 육아휴직 등 현재 대기업은 쓰는데 중소기업 직원들은 잘 못 쓰는 제도에 관해 중소기업 대표에게 페널티(벌칙)나 지원금을 주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도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우리나라 청년 ‘니트족’(일하지 않으면서 취업 준비도 하지 않는 무직자)이 많은 것도 대·중소기업 격차가 원인이다. 지금보다 임금을 더 주는 직장으로 옮기는 비율이 한국은 선진국보다 낮아서 초반부터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에만 가려 한다. 이게 무산되니 취업을 포기하고 결혼을 미루고 저출생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국내 중소기업은 상당수가 대기업 ‘가두리 양식장’에 갇힌 것 같다. 고도성장기가 지나면서 대기업은 협력사인 중소기업에 주는 비용을 줄일 방법만을 찾고, 중소기업은 혁신 역량이 줄고 임금을 많이 못 주니 좋은 사람을 못 뽑는다. 결국 중소기업은 최저임금만 주면서 혁신이 필요 없는 단순 조립만 하게 되는 상황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오직 중소기업 직원만을 위한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 만약 중소기업에 지원하던 현금성 지원책이 있다고 치면, 이를 중견기업이나 더 큰 대기업에 확대할 경우 중소기업 지원 효과를 없애는 셈이 된다. 특히 요즘 젊은 층이 대·중소기업 격차나 양극화를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대기업에서도 승진 요건에 해당하는 최소 시간만 일하는 직원도 많다. 일과 가정 양립이 중요해진 만큼 중소기업 근로자를 차별화할 파격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특별취재팀>

팀장=정한국 산업부 차장대우

조유미 사회정책부 기자, 김윤주 사회정책부 기자, 김민기 스포츠부 기자, 한예나 경제부 기자, 양승수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