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된 초등학생을 룸카페로 데려가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의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재연한 화면. /MBC '실화탐사대'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13살 아이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40대 남성의 수법이 공개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미성년자 의제 강간 혐의로 A(48)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A씨의 범행을 발견한 건 초등생 딸의 ‘비밀폰’을 본 부모였다. 아빠 B씨가 아이에게 휴대전화 출처를 묻자 “19살 남자 친구가 사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등학생 남자 친구가 걱정되어 전화를 걸었던 B씨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10대 남성의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B씨는 딸과 남성이 나눈 대화내역을 살펴봤고, 주민등록번호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이 있었다. 남성은 자신을 ‘02년생’이라고 소개했다. 22살 성인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B씨가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사진 속 남성은 “누가 봐도 아저씨”였다. 남성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고, A씨는 “36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짜 죄송하다. 저 감옥 가기 싫다”고 했다.

그러나, 경찰에서 밝혀진 A씨의 실제 나이는 76년생이었다. B씨보다도 5살이나 많았다. A씨는 “부부 사이가 많이 안 좋아서 친구들이 채팅을 해보라고 했는데, 걸렸다”며 “할 말 없다”고 했다.

딸의 '비밀폰'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 /MBC '실화탐사대'

대체 A씨는 어떻게 13살 어린이에게 접근할 수 있었던 걸까. A씨는 ‘오픈채팅’이라는 익명의 공간에서 아이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더 있었다. B씨는 14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 “처음에는 아이가 손만 잡았다고 했다”며 “해바라기센터(성폭력 피해자 지원 센터)에 가서 영상 녹취를 했는데, 조사관님이 ‘성관계가 있었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다이소, 아트박스 등 초등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곳에 데려가 선물을 사주고, 1만원가량의 용돈을 주던 A씨는 어느 날 룸카페를 가자고 했다고 한다. 딸은 그곳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가졌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딸은 “(A씨가) 자기는 해달라는 거 다 해주는데, 나만 왜 안 해주냐고. 불공평하다면서 어쩌고저쩌고 하니까 그래서…”라고 설명했다.

김태경 서원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아동 성적 길들이기 가해자들이 하는 패턴”이라며 “굉장히 낭만적인 로맨티스트인 척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거미줄을 쳐서 아이를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경험이 많고, 어느 타이밍에 어떻게 말해야 어린아이를 속박할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김 교수는 특히 “(A씨는) 말하다가 조금 불리해지면 휴대전화 얘기를 한다”며 “아이에게 부담감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A씨는 “너 때문에 이 휴대전화에 다달이 나가는 돈이 4만7000원이다” “헤어지면 폰도 압수인데” “이 폰 좋아하는데 정리하려니 내가 마음이 아프네” 등의 이야기를 하며 휴대전화를 빌미로 아이를 묶어두는 듯한 이야기를 계속 꺼냈다.

A씨는 경찰에서 “성인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 적용된 미성년자 의제 강간죄는 만 16세 미만의 사람에 대해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당사자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한다. 단, 가해자가 피해자의 연령을 인식했어야 죄가 성립된다.

오픈채팅방을 통한 범죄는 꾸준히 발생했다. 오픈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자 초등학생을 간음하고 다수의 아동을 상대로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이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1월에도 25세 남성이 같은 방법으로 12세 초등학생을 만나 룸카페에서 성폭행을 저질렀다.

오픈채팅은 방 개설에 특별한 연령 제한이 없어 성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태경 교수는 “어른들이 자기들 욕심 채우려고 아이들의 미숙함을 이용하는 것”이라며 “아이들 잘못이 아니다. 그걸 이용해 덫을 놓는 어른 탓”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