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한 국제결혼 중개업체 자료사진. /뉴스1

베트남인과 한국인의 혼인 건수가 1년 만에 큰 폭으로 늘어났다. 베트남 여성과 결혼하는 한국인 남성의 경우 초혼이 대부분인데,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 여성은 재혼 비중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통계청의 ‘2023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과의 혼인 건수는 1만9700건으로, 전년에 비해 3000건(18.3%) 늘었다.

외국인 혼인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021년보다 2000건 늘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에 반등이다. 작년 내국인 혼인 건수는 전년보다 1000건 줄었다.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은 1만4700건이었다. 외국인의 국적은 베트남이 33.5%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18.1%), 태국(13.7%)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해 보면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 건수는 48.3%가 늘었다. 중국(16.9%), 태국(4.4%)도 증가하긴 했지만 베트남 여성과의 혼인 증가율이 압도적이다.

작년 한국 여성과 외국인 남성의 혼인은 5000건(25.4%)이었다.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미국이 27.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어 중국(18.4%), 베트남(15.8%) 순이었다.

증가율로는 베트남이 역시 1위였다. 미국(0.4%), 중국(22.8%)에 비해 베트남(35.2%)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최근 10년간 미국·중국·캐나다 등 국적 남성과의 결혼이 모두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베트남 남성과의 결혼 증가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한국 여성과 베트남 남성 간 결혼 건수는 10년 전인 2014년 283건에 그쳤지만, 2023년 792건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1748→1386건), 중국(1579→921건), 캐나다(481→281건), 호주(249→158건) 국적 남성과의 결혼 건수는 모두 줄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 남성과 결혼해 한국 국적을 취득한 뒤 베트남 남성과 재혼하는 여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한국인 남성 4923건 중 초혼은 3256건으로 66%였다. 재혼은 1667건(34%)이었다. 반면, 베트남 남성과 결혼한 한국인 여성의 경우 전체의 95%(752건)가 재혼이었다. 초혼은 40건(5%)에 불과했다.

이러한 경향은 통계청 혼인·이혼 통계 마이크로데이터에서도 나타난다. 2022년 기준 베트남 남성과 재혼한 한국 여성 556명 중 482명(86.7%)이 귀화한 한국인이었다. 이들 중 국적 확인이 어려운 2명을 제외한 480명의 귀화 전 국적은 모두 베트남이었다.

외국인과의 혼인이 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는 외국인과의 이혼에서 비롯된 셈이다. 현행법상 결혼 이민 비자를 통해 입국한 외국인은 혼인 관계를 2년 이상 유지하면 귀화 신청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