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만들어진 외국산 도박 게임이 국내 불법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순신의 도시’를 표방하는 충남 아산시는 반발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조치에 나섰다.
영국 게임사 ‘플라그마틱 플레이’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온라인 슬롯머신 게임 ‘이순신(Yi Sun Shin)’이 최근 국내에서도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온라인 카지노 영업은 전면 불법이다.
게임 화면 속 이순신 장군은 중국풍 갑옷을 입고 있다. 베팅 금액을 설정하고 버튼을 누르면 슬롯머신이 돌아간다. 게임머니를 따면 “조국을 위하여 이순신이 돌아왔다”, “승리는 나의 것이다” 등 이순신 장군이 도박을 지휘하는 듯한 한국어 대사가 나온다.
‘이순신’ 슬롯머신 게임 제작사는 영국 도박 위원회(UGC)의 라이선스를 받은 카지노 게임 전문 제작사다. 영국은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카지노나 스포츠 베팅 영업이 합법이다.
문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국내에서도 불법 사이트를 통해 게임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유튜브에는 ‘이순신’ 게임을 홍보하는 영상도 수십 개 올라와 있다. 일부 영상은 문제의 게임을 ‘애국 슬롯’ ‘애국자 들어와’ 등의 문구로 홍보했다.
박경귀 아산시장은 16일 주간 간부회의에서 “아산시는 이순신 축제를 준비하고, 장군을 선양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도시”라며 “이렇게 장군을 폄훼하고 불명예를 안기는 도박게임이 만들어진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박 시장은 “온라인 도박은 우리나라에서는 엄연히 불법이며, 게다가 이순신 장군이 중국풍 갑옷을 입고 도박을 지휘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공식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 게임 회사에 항의하고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방심위는 ‘이순신’ 도박 게임의 확산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모니터링을 하기로 했다. 방심위는 우선 해당 게임 소개와 홍보 동영상 등이 가이드라인 위반 소지가 있는 경우 적극적인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유튜브 등 관련 사업자들에게 자율규제를 요청했다.
방심위는 “법령에 따른 허가 없이 유통되고 있는 도박사이트는 종류와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모두 불법”이라며 “이순신 장군이 이러한 불법적인 도박사이트에 이용되지 않도록 신속히 대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