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지난 '금천구청장배 건강 달리기 대회' 후기 사진. 수육과 김치, 두부 등의 먹거리를 제공한다./ 네이버 블로그

서울 금천구에서 주최하는 건강달리기 대회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단 1만원 참가비만 내면, 기념품을 받는 것은 물론 수육과 막걸리도 즐길 수 있어서다.

화제의 마라톤 대회는 ‘금천구청장배 건강달리기 대회’다. 구청이 주최하고 금천구육상연맹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올해로 20회째다. 10㎞와 5㎞ 코스 중 선택할 수 있으며 참가 정원은 선착순 950명이다. 참가 신청은 이달 23일부터이며, 대회는 오는 5월 26일 열린다.

참가비 1만원을 내면, 기념품으로 타월을 제공하고 대회 우승시 자전거 등의 경품도 있다. 이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마라톤 완주 뒤 제공하는 수육이다. 수육과 함께 곁들일 김치와 두부, 막걸리, 생수도 접시에 담아 나눠준다. 이로 인해 러닝 동호인들 사이에선 ‘수육런’으로도 불려왔다. 포털 블로그와 소셜미디어에는 마라톤이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수육을 먹는 사진들이 다수 올라와 있다. 메달과 기록칩은 따로 제공하지 않고 있으며, 완주하지 않아도 수육을 제공한다.

주관사 금천구육상연맹은 이달 초 건강달리기 대회 개최를 알리는 공지를 홈페이지에 띄웠다. 이 사실이 수육런 후기와 함께 갈무리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건강도 챙기고 수육도 주고 혜자다” “뛰고 나서 막걸리라 입맛 딱 돌겠다” “가성비 마라톤 대회” “10㎞ 뛰고 들어오면 이미 수육이 다 나가서 없으니 5㎞ 뛰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올라왔다.

지난 17일에는 대회 참가를 원하는 네티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연맹 홈페이지 접속이 한때 폭주하기도 했다. 참가 신청은 오는 23일부터인데, 이미 공지된 계좌번호로 참가비를 낸 사람이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에 연맹은 공지된 기간 이전에 접수된 건에 대해선 무효 처리하고 참가비도 환불 조치하고 있다.

금천구 육상연맹이 주관하는 '제20회 금천구청장배 건강달리기 대회' 포스터./ 금천구 육상연맹

이광남 금천구육상연맹 회장은 18일 조선닷컴에 “이 대회는 구민들을 위한 환원 행사”라며 “참가비 1만원으로는 먹거리와 경품 제공이 어려운데 구청의 후원과 회원 찬조 지역병원의 협조로 지금까지 행사를 진행해왔다”고 했다. 대회가 갑작스레 인기를 끌자, 구청 측에서 연맹에 “금천구청장배 말고 ‘수육런’이란 대회가 따로 있느냐”고 물어왔다고 한다.

각지의 청년들이 구 대회에 몰리면서 지역 노년층의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연맹 측은 참가 자격에 제한을 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코로나 이전엔 참가자가 2000명 가까이 됐는데 현재는 안전 문제로 참가 인원을 950명까지 제한했다”며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대회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마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