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청. /뉴스1

5000만원권 수표를 주워 주인에게 돌려준 시민이 사례금 대신 기부를 제안한 사연이 전해져 따뜻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서울에 사는 위상환씨는 작년 10월 부산 사하경찰서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3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과 2000만원짜리 수표 한 장을 보관하고 있으니 찾아가라는 내용이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입던 상의 속에 들어있었는데,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위씨가 헌옷 수거함에 넣었다가 잃어버린 돈이었다.

수표는 부산에 거주하던 차상재씨가 우연히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위씨는 고마운 마음에 사례금을 전달하려 했지만, 차씨는 한사코 거절했다고 한다. 유실물법에 따르면 유실물 습득자는 최소 5%에서 최대 20% 사이 금액을 사례금으로 받을 수 있다. 이에 위씨는 5%에 해당하는 250만원이라도 전달하고 싶다며 재차 설득했다.

계속되는 제안에 차씨는 뜻밖의 대답을 했다. 자신에게 줄 사례금을 좋은 곳에 기부해달라고 역으로 제안한 것이다. 위씨는 이 마음을 이어받아 사례하려던 250만원에서 100만원을 더 보탠 350만원의 기부금을 지난달 말 사하구청에 전달했다. 기부자명은 습득자인 차씨였다.

그러나 차씨는 이마저도 고사했다. 기부자명을 원래 수표 주인인 위씨 이름으로 해달라는 것이었다. 자신의 나이와 직업 등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런 훈훈한 실랑이 끝에 기부자 명단에는 수표를 주워 돌려준 차씨의 이름이 올랐다. 사하구는 기부금을 아동양육시설인 애아원에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