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류에 취한 채 운전하다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감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 등으로 2심 재판을 받고 신모(29)씨는 최근 일주일에 한 번꼴로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고 있다.
신씨는 지난 4월 8일 항소심 재판부에 첫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식 재판이 열리기도 전이었다. 이후 신씨는 4월 16일, 23일, 5월 2일, 9일, 17일에 걸쳐 반성문을 제출했다.
신씨는 1심 때도 재판부에 15번의 반성문을 냈다. 그러나 정작 피해자 측에 용서를 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4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은 “지금까지 사과 한번 없이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파렴치범을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나”라며 중형을 선고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 신씨 측 변호사가 유족에게 합의를 제안해 왔다고 한다. 신씨는 항소심에서 판사 출신의 전관 변호사를 새로 선임했다.
피해자의 오빠 A씨는 3일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미디어’에 “가해자 측 합의 담당하는 변호사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합의하면 항소심에서 형량이 깎이긴 하겠다’는 물음에 A씨는 “네”라고 답했다. 이어 “저희가 합의하는 조건이 ‘죄를 다 인정하라’는 것이었다”며 “근데 이제는 (신씨가) 다 인정했다”고 했다.
A씨는 “저희는 처음부터 (신씨가) 죄를 인정하면 합의할 의사가 있었다”며 “인정을 안 하니까 합의를 안 했던 거다. 시간도 지나가고 있고, 그래서 가족들과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했다.
다만, 신씨는 도주 치사 사건과 별개로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이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가 선고되면 신씨는 항소심에서 감형받더라도, 1심과 비슷한 형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신씨는 작년 8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4번 출구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을 다치게 하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했다. 뇌사 상태에 빠진 피해자는 약 넉 달 뒤에 사망했다.
신씨는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고통 속에서 신음하는 피해자를 보고 웃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며 “범행 후 태도, 재판에 임한 자세, 죄질 등을 종합하면 중형의 선고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