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수봉이 10·26 사태 당시 사건 현장을 목도한 심경을 밝혔다. /tvN

10·26 사태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가수 심수봉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제게는 귀한 분”이라고 했다.

심수봉은 지난 6일 방송된 tvN 스토리 ‘지금, 이 순간’에 출연해 10·26 사태 당시 사건과 관련 “그분이 그렇게 당하는 걸 보고 그때 제 정신이 아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심수봉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제 노래도 좋아해 주시고 따뜻하게 잘 해주셨으니 이것저것 떠나 저한테는 귀하게 생각이 되는 분이셨다”며 “특히 그런 자리에 제가 있어서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 가기도 하고, 많이 슬픈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심수봉이 데뷔 후 큰 인기를 누리던 무렵 돌연 방송에서 4년간 자취를 감출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털어놓던 중 나왔다.

심수봉은 1978년 ‘제2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을 발표해 인기를 누렸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1980년 심수봉은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심수봉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그래서 심수봉은 살았대? 죽었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심수봉이 방송에 나올 수 없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가 1979년 10월26일 벌어진 박정희 전 대통령 암살 사건 현장을 목도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10·26 사태 당시 사건 현장을 목도한 가수 심수봉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떠올렸다. /tvN

사건 당시 심수봉은 대통령 만찬 자리에서 노래 공연을 하고 있었다. 심수봉이 노래를 부르던 와중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총을 겨눴고, 심수봉은 박 전 대통령이 살해된 현장을 그대로 목격했다.

1979년 12월 신군부 세력이 군사반란을 일으키자 사건 현장에 있던 심수봉은 수사를 받게 됐다. 심수봉은 무죄를 받았으나 이후 신군부 방침에 따라 방송에 나올 수 없게 됐다. 당시 신문 보도에 따르면 1980년 9월부터 ‘자율정화’를 이유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혐오감을 심은 심수봉 등 연예인 20여명의 방송 출연이 4년간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후 심수봉은 1984년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로 복귀했다. 이 노래는 한달 인세로만 당시 돈 7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지금 가치로는 약 3억원 수준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심수봉은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 노래”라며 “제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없었다면 (4년간) 살아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심수봉은 히트곡 ‘그때 그 사람’의 주인공이 가수 나훈아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8년 여간 절절하게 나훈아를 짝사랑했다”며 데뷔 전 교통사고로 입원했던 당시 나훈아가 찾아와 병실에서 기타를 연주해준 일을 떠올렸다. 노래에 ‘외로운 병실에서 기타를 쳐주고’라는 대목도 그 일화를 바탕으로 쓴 가사라고 한다. 심수봉은 “웬 가수님이 병실에 오셔서 기타까지 쳐주면서 노래를 하나 (싶었고) 그래서 완전히 빠졌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