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 평촌 지역 일대. /안양시

경기 안양 평촌 지역의 일부 주민들이 “중학교 1지망 배정을 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29일 경기도교육감 자택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안양시 동안구 신촌동 무궁화단지 주민들로 구성된 ‘범계중학교 배정학군 추진위원회’ 회원 30여명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의 자택이 있는 성남 분당구 정자동의 한 아파트 출입구 건너편 인도 등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중학교)배정 방침을 개정하라”는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날부터 한달 동안 매일 같은 장소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신고했다.

이 집회는 수도권 인기 학군인 안양 평촌지역의 중학교 배정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들은 무궁화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의 1지망 중학교를 바꿔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데, 관할청인 안양과천교육지원청은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안양의 중학교 학군은 동안중학군과 만안중학군 2개로 나뉜다. 이 가운데 동안중학군은 A구역·B구역·평촌구역 등 권역을 3개로 나눠 중학교별 1지망 지역을 관리한다. 평촌구역 내에는 신기중학교, 범계중학교 등이 있는데, 신기초등학교 통학구역 학생들은 신기중, 범계초등학교 통학구역 학생들은 범계중을 각각 1지망으로 쓰게 돼 있다.

그런데 신촌동 무궁화단지 아파트는 1지망을 기존 신기중 대신 범계중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아파트는 신기중과 범계중 사이에 위치해 단지 절반은 신기중에, 나머지 절반은 범계중에 가깝다. 다만 신기초 통학구역으로 돼있어 1지망 중학교는 신기중으로 써야 한다.

이 아파트 주민들은 신기중을 통학하려면 아이들이 왕복 10차선 도로를 지나야 해 위험하고, 올해 초 인근에 2800여 세대 아파트가 입주를 시작해 신기중이 과밀학교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범계중이 특목고나 자사고 진학률이 높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로 꼽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민들은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민원을 집중적으로 제기했고, 안양과천교육청은 검토 끝에 기존 배정방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25일에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도 열었다. 주민들이 위험성을 지적한 10차선 도로에는 중간에 교통섬 두 개가 있고, 등·하교 시간에는 모범운전자 등이 교통안전관리를 하는 점, 인근 지하보도가 있는 점 등을 이유로 현행 유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배정을 바꿀 경우 되레 범계중이 과밀학교가 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고려했다. 또 평촌구역 중학교 배정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특정 지역의 민원을 수용하게 되면 다른 학군의 경계지역에서도 선호 학교로 배정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를 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무궁화단지 아파트 주민들의 요구에 기존 범계중 배정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갈등도 빚고 있다. 인근 목련·모비우스 아파트 학부모들은 ‘범계중 1지망 추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민원이 수용되면, 기존 학생들이 우선 배정을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범계중은 과밀 학급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