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을 피해 집을 떠난 후 40년 동안 가족을 떠나 살았던 7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친딸과 재회했다.
27일 대전 중부경찰서는 “1984년 가출했다가 실종 신고돼 사망한 것으로 처리됐던 A(71) 씨를 찾았고, A씨가 40년만에 딸 B(48) 씨와 만났다”고 밝혔다. 경찰은 두 사람을 위해 지난 25일 상봉식을 마련했다.
A씨는 1984년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집을 떠난 후 40년간 대전에서 홀로 살아왔다. 가출 당시 A씨에게는 8살과 6살 된 두 딸이 있었다. 남편은 A씨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으나 5년 후 사고로 사망했다. 부모를 잃은 B씨와 동생은 이모의 도움으로 성장했다. A씨는 가출 후 10년 만에 실종 신고됐고 5년간 생사 확인이 되지 않아 법원에 의해 사망자로 처리됐다.
그러나 A씨는 대전의 지인 도움으로 구멍가게에서 일하며 생활하면서도 한순간도 딸들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예전에 살던 집 근방을 찾아가기도 하고, 친정 근처까지도 가봤지만 번번이 발길을 돌리게 된 건 남편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수년 뒤 동사무소에서 우연히 본인이 사망 처리된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가족을 찾으려는 마음을 접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가출 당시 품에 챙겼던 딸의 육아일기는 고이 간직하며 지냈다.
A씨가 딸과 재회하게 된 건 공교롭게도 지난달 29일 A씨가 일하는 가게에서 손님과 시비가 생기며 경찰이 출동한 덕분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다 사망자로 처리된 사실을 발견했고, 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A씨가 기억하는 가족의 인적 사항을 통해 B씨의 주소지를 찾아냈다. A씨는 여전히 딸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경기 안산에 거주 중인 B씨에게 엄마의 사연을 전했고, B씨가 엄마를 만나겠다고 해 모녀는 40년 만에 재회했게 됐다. B씨는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다”며 “엄마를 원망하는 마음이 전혀 없었고, 이제라도 만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했다. A씨는 “딸의 이야기를 듣고 집에서 나와 만세를 불렀다”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실종선고 취소 청구와 가족관계등록부 회복 절차를 돕고, 긴급생계비와 긴급 주거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