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숙박업소를 돌며 고령의 업주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조작해 돈이 입금된 것처럼 속인 뒤, 이를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1억7600만원을 받아 가로챈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청이 이 40대의 구체적인 범행 수법과 당시 상황이 담긴 방범카메라 영상을 직접 공개하고 나서면서 사건이 뒤늦게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9일 경찰청은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돈은 없는데 입금 문자는 왔다? 황당 그 자체 사건의 전말’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40대 남성 A씨는 지난 5월 11일 충북 영동군 황간면의 한 숙박업소에서 자신을 건설회사 현장 직원이라고 속인 뒤 직원들이 장기 투숙할 방을 찾는다며 숙박업소 업주들에게 접근했다. 객실 내부까지 꼼꼼히 살피곤 ‘회사’에 숙소를 구했다고 거짓 전화를 거는 치밀함도 보였다.
업주가 방을 내어주겠다며 계좌번호를 주자, A씨는 회사에 숙박비를 요청한 것처럼 속인 뒤 업주에게 “입금됐으니 확인하라”고 했다. 업주가 입금 확인 문자가 안 왔다며 휴대전화를 보여주자, 이때부터 A씨의 본격적인 사기 행각이 시작됐다.
A씨는 의아하다는 듯한 연기를 펼치며 업주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재빨리 최근 은행 거래 명세 문자를 복사했다. 그러고는 이를 조작해 실제 돈이 입금된 것처럼 문자를 보내 업주를 속였다. 업주의 가장 최근 거래 내역 중 잔액이 256만 9754원이라면, 이를 복사해 회사에서 400만원을 입금한 것처럼 보이도록 잔액이 656만 9754원으로 뜨는 문자를 전송하는 식이다. 이후 A씨는 회사에서 실수로 120만원을 더 보냈다며 업주로부터 이를 현찰로 받아냈다. 업주 입장에선 실제로는 돈을 받은 적도 없는데, 순식간에 120만원을 뜯긴 셈이다.
A씨는 메시지 수·발신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고령의 업주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업주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일주일간 약 90건의 방범카메라를 분석해 A씨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 잠복 끝에 A씨를 지난 5월 19일 경남 양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체포했다.
조사 결과 A씨가 이 같은 수법으로 2021년 12월부터 가로챈 돈은 총 1억7600만원으로, 피해 사례만 102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동종 전과로 처벌받은 전력이 다수 있었고, 같은 혐의로 60건의 지명 수배가 내려진 상태였다. 체포 당시에도 A씨는 다음 범행을 준비하던 중이었다고 한다. A씨는 경찰에 “경제적인 이유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결국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이런 사건의 전말을 공개한 경찰청 영상은 2일 기준 조회수가 13만회에 달하고 댓글도 200개 이상 달릴 정도로 화제가 됐다. 경찰청 공식 유튜브의 다른 대부분 영상이 조회수가 약 1만회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관심을 끈 것이다. 네티즌들은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사기꾼 형량 좀 대폭 올리자”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석달 전 나이 드신 부모님 업소에도 와서 300만원 (사기) 당했다”며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적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