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김민재가 팔레스타인전에서 대한축구협회를 향해 야유를 보낸 팬들에게 다가가 자제를 부탁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랭킹 23위)은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B조 1차전에서 팔레스타인(96위)과 0대 0으로 비겼다. 이 경기는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복귀전이기도 했다. 이날 대표팀 응원단 ‘붉은악마’는 경기장에 홍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축구협회장을 비난하는 걸개를 내걸었다. ‘일진놀이 몽규, 협회는 삼류’ ‘한국축구의 암흑시대’ ‘피노키홍’ ‘축협 느그들 참 싫다’ 등이었다.
이날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때 장내 아나운서가 홍 감독의 이름을 부르자, 6만여 관중이 일제히 야유를 쏟아냈다. 경기 도중에도 전광판에 홍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마다 야유가 터져 나왔고 90분 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에도 팬들은 홍 감독과 정 회장을 향해 야유했다.
김민재는 경기 후 팬들에게 다가가 자제를 요청했다.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을 보면 김민재가 팬들이 있는 관중석으로 다가가자 팬들은 김민재를 향해 박수를 쳤다. 그러나 김민재가 굳은 표정으로 양손을 들어 자제해달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고 허리에 손을 올리더니 가까이 있는 팬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이후 김민재는 뒤를 돌아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걸어갔다. 이때 김민재는 팬들 쪽을 한 차례 더 쳐다보며 고개를 젓기도 했다.
이 영상을 올린 팬은 “‘(김민재가) ‘부탁한다’고 두 번이나 요청한 후 자리를 떴다”며 “경기 중에 간간히 나왔던 협회를 향한 비난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민재는 ‘선수들만 응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재는 공동 취재구역에서 기자들을 만나 ‘경기 후 팬들과 어떤 얘기를 했나’라는 질문에 “다들 심각하게 생각하고 계신 것 같다”며 “선수들을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는 “사실 우리가 시작부터 못 하지는 않았다. 왜곡해서 제 소셜미디어에 찾아오셔서 그런 말씀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우리가 못하길 바라며 응원해주시는 부분이 아쉬워서 그런 말씀을 드린 것이지 전혀 공격적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경기 중 야유가 경기력에 영향을 미쳤나’라는 질문에는 “그런 것으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며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워서 그렇게 말씀 드렸다”고 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은 경기 후 팬들에게 다가가 직접 자제를 요청한 김민재를 언급하며 “그런 케이스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면서 “홈에서만큼은 우리가 스스로 적을 만들면 안 된다. 저희가 상대를 무너뜨리는데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지 팬들 입장에서도 생각해보시고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