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를 앞둔 다국적 K팝그룹 '1VERSE'. 유혁(위 가운데), 아이토(왼쪽 하단), 김석(중간), 케니(오른쪽)./ BBC코리아

탈북민 출신 멤버를 포함한 K팝 아이돌 그룹이 올해 연말 데뷔를 앞두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BBC코리아에 따르면, 연예기획사 ‘씽잉비틀’은 K팝 그룹 ‘1VERSE’(유니버스)를 올해 연말 미국에서 데뷔시킬 계획이다. 유니버스는 북한 출신 유혁(24), 김석(24), 중국계 미국인 케니(22), 일본인 무라타 아이토(19)로 구성된 다국적 그룹이다.

유혁은 꽃제비 출신이다. 9살 때부터 거리로 나가 구걸을 하거나 잡일을 해 돈을 벌었다. 지하철역에서 상인들의 도시락을 몰래 훔치다 두들겨 맞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얻은 도시락 안에 든 건 쉰 밥 한 덩이가 전부였다고 한다.

하루 벌어 한 끼 겨우 먹는 삶에 음악은 사치였다. 유혁은 “(북한에 있을 때) 음악을 들으면서 여유롭게 생활한 적은 열흘도 안 됐던 것 같다”고 했다. 2013년 탈북한 그는 한국에 와서야 K팝을 처음 들었다.

유혁은 고등학교 1학년 때 음악 동아리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랩 가사를 쓰면서 K팝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2018년 EBS의 한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해 짧게 랩을 선보였는데, 현 소속사 대표의 눈에 띄어 아이돌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K팝 그룹 데뷔를 앞두고 있는 탈북민 출신 유혁(위)과 김석./ BBC코리아

또 다른 멤버 김석은 2018년 북한을 탈출했다. 북한에 있을 땐 중국 접경 지역에 살아 밀수된 CD, USB 등을 통해 K팝을 접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로는 UN의 ‘선물’을 꼽았다.

그는 북한에서 처음 K팝을 접했을 때 감상에 대해 “내 안에서 어떤 감정이 들게끔 노래와 가사가 전달됐다. 그때부터 그냥 K팝이 좋았다. (북한에선) 장군님 그러니까 누구 한 명을 칭송하는 그런 노래만 부르고 들었으니까”라고 했다.

이 그룹이 성공할지는 불확실하다. 유혁은 “행복한 것 반, 불안 반이지만 의미 있는 경험”이라며 “세계가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데 그 세계 안에 나도 속해 있는 기분이다. 내가 생각했던 보통 사람의 틀에 맞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