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청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성빈(26)씨는 이번달 초부터 카페 내부에 모기 훈증기를 틀어두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들에게서 “모기 잡아 달라”는 민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요즘은 집에 가도 모기 2~3마리가 꼭 있다”며 “니트 껴입는 날씨에 모기가 돌아다니다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완연한 가을인 10월, ‘가을 모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여름 역대급 폭염과 가을에도 지속된 늦더위 탓이다. 지난 30일 간 서울시 ‘모기 발생 단계’는 6일을 제외하고 2단계(관심) 수준을 기록했다. 야외에 모기유충 서식지가 20% 이내 형성된 단계로, 외부 기온이 낮은 경우 집안으로의 모기 침입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상태를 뜻한다.
시민들은 “내가 모기를 잡는 건지 모기가 나를 잡는 건지 모르겠다”며 가을 모기에 밤잠 설치고, 느지막이 모기 퇴치 용품을 구입하는 등 ‘모기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한 달(9월 14일~10월 13일)간 판매된 방충용품 매출은 직전 동기(8월 15일~9월 13일) 대비 28.2% 증가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25)씨는 지난 11일 구매한 훈증형 모기 살충 용품을 매일 켜두고 잠에 든다. 김씨는 “9월까지만 해도 곧 날이 쌀쌀해지니 모기도 사라질 거라 생각했었다”며 “그런데 10월이 돼도 침대에 모기 사체가 쌓이는 걸 보고 뒤늦게라도 모기 훈증기를 구매했다”고 했다. 대전에 사는 취업준비생 장모(24)씨도 지난 18일 모기 소리에 밤잠을 설쳤다. 장씨는 “여름에 창문 열고 살아도 모기가 별로 없던 집인데, 가을 되고 모기가 돌아다니다니 참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올 여름엔 폭염으로 인해 모기가 활동하기 어려웠고, 가을엔 늦더위가 지속되며 월동이 늦어져 계속 모기가 활동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모기는 26~28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32도가 넘어가면 수명이 짧아질 뿐더러 잘 활동하지 않는다”며 “올 여름은 30도가 넘는 폭염에 모기가 활동하기 어려웠고, 9월 이후에야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해 체감상 요즘 들어 부쩍 모기가 증가했다고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