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동덕여대 본관 건물 앞. 넘어진 풍선 입간판에 빨간 페인트로 '공학 반대'라고 써있고, 출입문 근처 유리벽 곳곳에 반대 의견이 적힌 종이와 자필 대자보가 붙어 있다. /소셜미디어 X

지난 7일 동덕여대 대학 본부가 공학 전환 논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재학생들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가운데 시위 상황에 대한 신고를 접수해 출동한 경찰이 학생들에게 출산 관련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지난 11일 저녁 동덕여대에서 소음이 발생하고 재물손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신고를 5건 연달아 받고 상황 파악을 위해 출동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출동한 종암서 경비계 소속 경찰관은 학생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본관 건물에 들어갔고, 학생들이 야구 배트와 소화기 등 물체를 들고 본관 건물 벽 등을 치고 있는 정황을 목격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학생은 “오후 5시로 예정돼있던 학교 본부와 총학생회의 면담 시간에 학교 본부 담당자들이 1시간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해당 경찰관은 “소화기 용도는 그게 아니지 않나요” “불법 행위는 하면 안 됩니다”라며 학생들을 만류했다. 학생들은 “권리를 되찾으려 시위를 진행 중”이라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경찰관은 “여러분들 나중에 선생님 되시고, 나중에 아기도 낳고 육아도 하시고 (그럴 텐데 불법 행위는 하면 안 된다)”고 했고 이 발언을 들은 학생들은 즉각 “애 안 낳아” “네가 임신해” 등 외치며 반발했다.

학생들은 해당 경찰관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 동덕여대 재학생은 “남성이 주도하는 시위를 해산시키면서 ‘여러분들 나중에 아빠될텐데’와 같은 발언을 하느냐” “여성은 고등 교육을 받아도 출산하고 육아하는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이 바탕이 된 성희롱성 발언”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동덕여대 4학년 김모(23)씨는 “현 시대에 사는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황당하다”고 했다. 동덕여대 3학년 A씨(24)는 “이런 인식을 가진 경찰이 성범죄 사건을 다루면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겠나”고 했다. 해당 이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면서 이 경찰관에 대한 국민신문고 민원도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소셜미디어X

경찰은 동덕여대 내부 정책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개입은 최소화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12일 오전까지도 재물손괴 관련 신고가 접수되고 있는 만큼 불법행위 발생 여부를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출산 관련 발언에 대해서도 성희롱성 발언인지 내부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학교 본관 건물에 날계란과 페인트를 투척하거나 출입문에 대자보를 붙이고, 건물 앞으로 근조화환을 보내는 등 농성 중인 동덕여대 학생들은 집단 수업 거부에도 돌입할 전망이다. 동덕여대 비대위는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학생들이 연대해 수업 거부를 진행하면 학교 측 행정 마비가 직접적으로 일어난다”고 했다. 현재 10개 이상 학과에서 집단 수업 거부가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