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아내 김혜경씨의 1심 선고를 앞두고 “세상사람들이 다 지켜보는 가운데 회술레(죄인의 목을 베기 전에 얼굴에 회칠을 한 뒤 사람들 앞에 내돌리던 일)를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라며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이같이 적었다.
이 대표는 김씨에 대해 “아이들 키우고 살림 하느라 그 곱던 얼굴도 많이 상하고, 피아노 건반 누르던 예쁘고 부드럽던 손가락도 주름이 졌지만 평생 남의 것 부당한 것을 노리거나 기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남편 업무 지원하는 잘 아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음식물 값에 더해 조금의 용돈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대선에서 패한 후 본격적인 보복이 시작됐다”며 “수년 동안 백 명에 가까운 검사를 투입한 무제한 표적 조작 수사가 계속됐다. 천 번을 향하는 무수한 압수 수색, 수백 명의 소환조사, 사람들이 목숨을 버릴 만큼 강압적인 수사로 없는 먼지를 털어 만든 기소장이 연거푸 날아오고, 구치소에서 구속을 대기하기도 했지만, 진실은 나의 편이라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동네 건달도 가족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속설을 믿은 나의 상식과 달리 아내와 아이들이 공격 표적에 추가됐다”면서 “반복적이고 집요한 장기간 먼지털이 끝에 아이들은 다행히 마수에서 벗어났지만 아내는 희생제물이 됐다. 선물까지 일일이 뒤져, 혹여 값나가는 것이 있으면 다시 포장해 돌려주고,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조심하며 살아온 아내가 공개소환 수사에 법정에 끌려다니는 장면은 남편 입장에서 차마 눈뜨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 대표는 “재판받는다며 일찌감치 준비하고 나서는 아내를 볼 때마다 숨이 막힌다. 소설 속에서나 읽었던 가슴이 미어진다는 말을 이 나이가 되어서야 체감한다. 숨이 막히고 쪼그라들며 답답해진 가슴을 양손으로 찢어 헤치면 시원해질 것 같다”면서 “나는 웬만해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이 탓이겠지만 아무 잘못 없이 나 때문에 중인환시리(衆人環視裡·많은 사람들이 빙 둘러싸고 바라봄)에 죄인처럼 끌려다니는 아내를 보면 그렇지 못한다. 지금 이 순간도 가슴이 조여오고 숨이 막힌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글 말미에 김씨를 향해 “평생, 아직도 나를 자기야라고 부르며 자신보다 남편과 아이들을 더 챙기는 혜경아”라며 “미안하다. 죽고 싶을 만큼 미안하다. 혜경아, 사랑한다”고 했다.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는 이날 오후 2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한다. 김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 2일 서울 모 음식점에서 민주당 전·현직 국회의원 배우자 3명, 자신의 운전기사와 수행원 등 모두 6명에게 10만4000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