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캐나다·멕시코·남아공 마약상과 연계해 국내에 대량의 필로폰을 밀반입한 마약 조직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 혐의로 나이지리아인 총책 A(57)씨와 캐나다인 운반책 등 12명을 입건하고 이 중 6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검거 과정에서 20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분량인 시가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 6.15kg을 압수했다. 하지만 2kg가량은 경찰 수사 착수 전인 지난해 12월 이미 국내에 유통됐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국내에 마약이 이미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A씨 조직은 각국에서 교묘한 방법으로 마약을 반입했다. 멕시코에선 시중에서 판매하는 초콜릿 포장지에 필로폰을 싼 채 들여왔고, 캐나다에선 배낭의 등판 부분을 뜯어내 진공 포장된 필로폰을 숨겼다. 마약 탐지견이 냄새를 맡을 가능성에 대비해 배낭을 담은 캐리어에 커피 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남아공에서는 서류 가방에 필로폰을 숨겨 반입했다.
이들은 고령의 외국인을 마약 운반책, 이른바 ‘지게꾼’으로 활용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온라인에서 접촉한 각국 노인들에게 “한국에서 대출이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유인한 뒤, “한국 내 특정인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며 마약을 운반시켰다. 운반책들은 마약류가 숨겨진 초콜릿 등을 전달했지만 실제 대출이나 투자금 등을 받지는 못했다.
총책 A씨는 과거 한국에서 7년가량 살다가 대마 유통 혐의로 검거돼 추방된 전력이 있었다. 경찰은 A씨가 추방 이후에도 나이지리아에서 해외 메신저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조직원과 연락하며 국내에 마약을 밀반입해 온 것으로 보고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리는 한편, 나이지리아 마약단속청에 검거를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2021~2023년 국내에서 발생한 필로폰, 대마 밀수 사건 3건도 A씨의 지시로 이뤄졌던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 밀수 사건으로 구속된 4명과 A씨를 포함한 나이지리아인 7명을 형법상 범죄 집단 조직가입활동죄로 별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