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있는 사람’ ‘여유 있는 사람’들이 한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첫 기부를 시작했습니다. 타인에게 마음을 연다고 생각하면 기부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돼요.”
1998년 창업한 손뜨개 전문 기업 ‘바늘이야기’의 송영예(57) 대표는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바늘이야기는 손뜨개에 필요한 실, 바늘, 부자재와 자체 개발한 디자인 패턴 등을 판매한다. 경기 파주시에 본사와 매장·물류 센터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매장·손뜨개 아카데미가 있고, 온라인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3억여 원을 올렸고, 올해 100억원대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바늘이야기는 2022년 10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고액 기부 중소·중견기업 모임인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했다. 나눔명문기업은 최초 2000만원 이상 기부하고 3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2019년 시작해 현재 534기업이 가입했다.
송 대표와 바늘이야기는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 나눔명문기업에 가입하기 전에도 많게는 한 해 3000만원씩 기부했다. 지역 기업인 협의회 등과 연계해 저소득층에 가전제품을 기증하고, 2022년에는 취약 계층을 위해 1500만원어치 카디건 200벌을 나눴다. 올해도 장갑 2000쌍을 기부하려고 준비 중이다. 송 대표는 “누적 기부액이 얼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현물을 제외하면 3억원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송 대표는 “지금까지 기부한 목도리, 장갑, 의류 등을 모두 더하면 1만벌은 될 것”이라며 “이런 나눔이 ‘씨앗’이 되어 다른 사람들도 기부를 하는 원동력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송 대표가 뜨개질을 시작한 건 1992년이다. 첫아이를 임신하자 무료함을 달래고 태교도 할 겸 뜨개질에 취미를 붙였다. 이후 PC통신에서 ‘뜨개질 동호회’를 만들었고, 1998년 손뜨개 전문 쇼핑몰 사이트를 열었다. 때마침 출간한 책이 대박 나고, 입소문을 타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 송 대표는 “취미로 아기 배냇저고리 뜨려고 했던 일이 업(業)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송 대표가 ‘기부하는 삶’을 결심한 것도 그때부터다. 그는 “뜨개질로 수익을 약간 내다 보니 ‘그동안 좀 없더라도 삶을 유지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고 기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2000년대 초반에는 손뜨개 키트를 갖고 파주·의정부·포천 등 경기 북부의 보육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손뜨개를 가르쳤다. 아이들이 얼기설기 만든 장갑과 목도리를 맵시 있게 다듬어 저소득 계층에 기부하는 활동을 시작했다. 2012년 12월에는 매달 3만원 이상 기부를 약정하는 사랑의열매 ‘착한가게’에 가입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139건, 417만원을 기부했다. 이런 나눔 활동이 커져 지금은 대학·은행·관공서와 협업도 하고 있다.
바늘이야기는 2022년에는 파주 지역 미혼모·한 부모 50가정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기증했다. 송 대표는 “저 스스로가 바늘과 실로, 여성 고객들 덕분에 여기까지 온 여성”이라며 “생활이 어려운 여성들과 한 부모 가정이 자립할 수 있도록 골고루 나눔을 하고 싶다”고 했다. 송 대표는 다음 달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도 가입한다. 1억원 이상을 기부했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한 개인 고액 기부자 모임이다.
☞나눔명문 기업
사랑의열매가 대한민국 나눔 문화를 이끌고 기업 사회 공헌의 새 역할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2019년 만든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 최초 2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3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현재 총 534곳이 가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문의 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