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단은 17일 노상원(62·예비역 육군 소장·육사 41기)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내란 중요 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3 비상계엄 후 선관위 조사 수사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함께 계엄 포고령 작성에도 관여하는 등 이번 계엄 사태의 핵심이었다고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지난 1일 경기 안산시에 있는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에서 문상호(육군 소장·육사 50기) 정보사령관, 정보사 소속 김모·정모 대령을 만나 햄버거를 먹으며 “계엄이 곧 있을 테니 준비하라”고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노 전 사령관은 특히 정보사 소속 두 대령에게 “계엄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서버를 확보하라”며 구체적인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두 대령은 경찰 조사에서 “노 전 사령관이 ‘중앙선관위 서버를 확인하면 부정선거 관련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당시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확보와 관련한 인원을 선발했는지 묻자 문 사령관이 “예”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 지시대로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계엄 선포 후 경기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 투입을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보사령관을 지내고 이미 전역한 지 오래인 노 전 사령관이 현직 사령관과 간부들에게 지시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보사 특유의 OB(올드보이) 문화가 지목된다. 군 관계자는 “정보사 장교들은 생사고락을 함께했다는 끈끈한 유대감이 타 부대보다 훨씬 강하다”고 했다. 현역 사령관이라도 선배 예비역에게 반말을 들으며 지시를 받고 복종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라고 군 관계자들은 말한다.

노 전 사령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된 직후인 지난 4일 오전 1시 30분쯤 김 전 장관에게 전화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과거 김 전 사령관과 함께 근무한 인연도 있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 버금가는 비상 계엄 주역이었을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했던 공통 정황도 수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 지시를 직접 받았다면, 문 사령관은 선관위 병력 투입, 정보사 예하 북파 공작부대(HID)에 국회의원 체포조 투입을 준비시키는 ‘계엄 실무 책임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HID 부대원들이 대기한 곳은 성남시 수정구에 있는 정보사 안전가옥이라고 한다. 이 안전가옥은 부대원들이 작전 대기를 위해 잠시 머무는 용도로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