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말도 잘하던 우리 손주...”
지난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가 발생한 지 약 13시간이 흐른 오후 10시 30분 전남 무안 국제공항. 탑승객 가족들이 밤새 머물 노란 임시 텐트(쉘터) 앞에서 만난 A씨는 허공을 바라보며 읊조렸다. 그는 비행기 탑승객 중 최연소인 고모(3)군의 할머니다. 이날 사고 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6시간 걸려 무안공항을 찾은 고씨의 누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네 가족을 일순간에 잃어 황망할 뿐”이라고 했다.
고군과 아버지 고모(43)씨, 어머니 진모(37)씨 세 가족은 해외로 떠났던 첫 가족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고씨는 여행 중 소셜미디어에 올린 게시글에서 “처음 해외 가는 아들 여권에 첫 도장 쾅”이라고 적었다. 태국 현지 식당과 동물원에서 가족들과 찍은 사진도 있었다. 고씨는 생전 광주의 한 야구단에서 일했다. 그의 동료들은 “일을 똑부러지게 잘해 팀원 모두가 좋아했던 직원”이라고 고씨를 회상했다.
본지가 확인한 탑승객 명단에는 같은 성을 가진 일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객기에는 2010년대 출생자 등 비교적 어린 나이의 승객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으며, 올해 수능을 치렀을 법한 2005년 출생자도 있었다.
정부는 사망자 신원을 확인하는 등 이틀째 사고 수습을 이어가고 있다. 오후 3시30분 기준 사망자 179명 중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146구다. 수습한 유해는 무안공항 격납고 등에 임시 안치된 상황이며, 신원확인과 검경 등 수사기관의 검시 등의 절차가 마무리된 뒤 유가족에게 인도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