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30일 오후 전북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 제주항공 7C2216편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자국이 선명한 모습. 지난 29일 오전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면서 181명 탑승객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다. /장련성 기자

지난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규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둔덕이 20여년 전 무안국제공항 설계 당시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무한공항 측은 해당 둔덕에 대해 “항공기 착륙을 안전하게 유도하기 위한 시설”이라며 “지난해 내구연한인 15년이 끝나 규정대로 기초를 보강하고 새로 설치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3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한 결과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고 있던 둔덕은 지난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당시 이미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00년대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부산지방항공청의 발주로 금호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아 설계와 시공을 맡았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무안국제공항의 설계 및 시공에 대한 입찰은 1998년 12월 시작돼 이듬해인 1999년 12월 금호건설이 주도하는 금호컨소시엄이 낙찰을 받았다고 한다.

입찰 경쟁에는 현대컨소시엄과 삼성컨소시엄도 참여했다. 설계 심사 단계에서는 현대컨소시엄이 1위, 삼성컨소시엄이 2위를 차지했지만, 최저가를 제시했던 금호컨소시엄이 결국 최종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무안공항 여객기 추락 사고를 두고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로컬라이저를 지탱하고 있는 둔덕이 사고 규모를 키웠다고 지적하고 있다. 둔덕 속에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충돌 당시 충격을 키워 폭발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당시 공항 시설에 대한 설계 및 시공의 주요 지침 중 하나는 “해안 지역의 염분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강한 재료를 사용하라”는 취지의 내용이었다고 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활주로 끝 300미터 이내에는 충격을 흡수하거나 쉽게 파손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무안공항의 해당 구조물은 단단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항공기 충돌 시 충격을 흡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항공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주변 바닥에 설치하는데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이례적인 경우”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 구조물이 없었다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설계와 시공을 맡았던 건설사 이외에도, 발주처인 국토교통부와 부산지방항공청 또한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당국은) 공항의 설계와 시공 과정에서 안전 기준 준수 여부를 감독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국제 기준 위반 여부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면 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