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착수한지 5시간 30여분만인 오후 1시 30분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인 친윤 시위대 사이에선 “우리가 이겼다”는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관저 인근엔 친윤단체 7000여명이 ‘탄핵반대’ 등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 “공수처를 즉각 구속하라” 구호를 외치며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한남동 국제루터교회 인근에선 신자유연대와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 등 친윤단체가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규탄하는 집회를 진행했다. 집회 행렬은 약 200m 떨어진 북한남삼거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이들은 인도뿐 아니라 상행선 4개 차선 중 3개 차선을 점거한 채 집회를 진행했다.

관저와 더 가까운 한남초등학교 인근에도 약 200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모여 경찰과 대치했다. 다만 이 집회는 신고된 집회가 아니라서 참석자들은 구호나 단체행동은 자제하고 있다. 한남초 입구에는 초등학생들이 오가 시민들이 “여기 애들 있어요” 소리를 지르며 아이들을 보호하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체포영장 집행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이날 친윤단체는 성조기와 태극기를 손에 들거나 ‘탄핵 무효’ ‘탄핵 반대’ ‘재명아! 깜빵가자!’ ‘stop the steal(부정선거 멈춰라)’ ‘계엄을 명령한 국민이 바로 나다’ ‘더불어공산당아 국민도 탄핵해라!’ 등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만세”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자” “공수처를 즉각 구속하라” “전광훈” 등을 외쳤다. “불법 영장 원천 무효” “빨갱이는 북으로! 이재명도 북으로! 민노총도 북으로!’ 등 구호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나라 대통령을 보겠다는데 무슨 자격으로 막느냐” “시민들이 지나가게 길을 열어달라”고 경찰을 밀치며 아우성도 쳤다. 경찰들에게 “공수처 XX들 아냐 이거!”라며 화를 내고, 대통령 경호처를 향해선 “힘내라”고 연호하기도 했다.

친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3시부터 예정된 민주노총의 철야 집회에 대해 경계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금 민주노총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철야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며 “30만 목회자, 2030은 나올 수 있다면 모두 나와 상행선 하행선 차로를 대통령 관저까지 가득가득 채워야 대통령을 지킬 수 있다. 싸우자! 이기자! 승리하자!”고 외쳤다.

행인과 친윤단체 집회 참가자 간 말다툼도 벌어지기도 했다. 집회에 못마땅한 모습을 보이는 행인에게 집회 참가자들이 “5·18은 광주에서 일어난 폭동” “빨갱이는 물러나라”, “부정선거가 내란”이라고 소리치자 행인은 “윤석열이를 잡아가야지”라고 응수했다.

이날 오전 11시쯤엔 시민들이 경찰 사이에 중국인이 숨어들었다고 주장하며 욕설을 퍼붓는 상황도 발생했다. 친윤 집회 참가자 일부는 “중국인 미친새끼들이” “짱개들 다 죽여야돼” “여기가 중국이냐” 등 분노를 퍼부었다.

집회현장을 지나가는 방송기자를 친윤 지지자들이 에워싸는 상황도 발생했다. 한 방송기자가 한남초 집회 현장을 지나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몰려가 “이재명의 개”라고 외치며 그를 못 지나가게 했다. 경찰이 이를 막는 과정에서 충돌도 발생했다. 한 중년 남성이 거칠게 경찰들에게 돌진하다가 넘어지자 사람들은 남성을 에워싸며 경찰에게 오지말라고 방어했다. 루터교회 건너편 고가차도 밑에서도 지나가던 친윤 시위대 1명이 확성기를 들고 한 방송사 영상기자에게 달려들며 “야 ㅇㅇㅇ X발X들아”라고 외쳤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친윤 시위대 16명 가량이 몰려들어 욕설을 퍼부었다. 이들은 “ㅇㅇㅇ 니네가 왜 여기에 있냐” “꺼져라 이 빨갱이 자식들아”라며 고성을 질렀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윤석열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오전 10시 57분쯤에는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이 대통령 관저로 향하며 집회 참가자들과 악수와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참가자들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하자 박 의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저로 들어갔다. 이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 관저를 찾았다. 앞서 페이스북에서 윤 의원은 “탄핵돼야 할 대상은 위법적이고 초법적인 공수처장과 영장전담 판사”라고 주장했다.

한편 오후 1시 37분쯤 한남초 앞에선 공수처가 철수한다는 소식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우리가 이겼다” 등 환호하며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다만 철수인원이 적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며 “아직 속으면 안 된다. 교란작전이다”라고 말하며 철수하지는 않는 모양새다. 한 참가자는 “되도록이면 6일까지 나와달라”고 했다.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법으로부터 발부받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이날 오후 2시쯤부터는 민주노총이 서울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2번 출구 앞에서 집회를 위해 무대를 설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 기동대는 바리케이드를 준비하며 충돌에 대비한 통제선을 만들고 있다. 교통경찰 3개 차로 중 2개 차로를 통제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