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무안공항 1층 화장실 옆 4평 남짓한 공간에서 한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김병권 기자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공항 1층 화장실 옆. 작은 ‘한의 진료실’ 간판이 내걸렸다. 지난 2일 오후 흰색 가운을 입은 한의사가 4평 남짓한 자리에 테이블을 하나 놓고 유족의 맥을 짚고 있었다. 옆 침대에는 허리에 침을 맞은 다른 유족이 누워 있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속이 아파요.” “원래 혈압약 드시죠? 식사는 드셨어요? 이 약 한번 드셔보세요. 힘드시더라도 밥 꼭 챙겨드시고요.”

한의사 A씨가 한약이 든 봉지를 건네자 60대 유족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는 “이번 사고로 형을 잃어 5일째 여기서 울다 말다 하는데 한의사 선생님이 약까지 챙겨주시니 참 고맙다”며 “원래 몸이 안 좋은데 한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무안공항 작은 한의 진료실은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전국의 한의사 공중보건의 14명이 연차나 출장을 내고 달려왔다.

희생자 수습이 길어지면서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첫날 77명, 둘째날 143명이 진료실을 찾았다. 이날도 유족과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섰다.

한의사 조옥현(56)씨는 “유족들이 추운 날씨에 공항 대합실 텐트에서 쪽잠을 자고 있다”며 “그래서 감기 몸살이나 근육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불면증으로 오는 유족도 많다고 한다. 경북 예천에서 왔다는 박성주(28)씨는 “수시로 화가 나서 죽을 것 같다는 유족도 많다”고 했다.

유족들이 몰리면서 진료실은 24시간 운영 중이다. 한의사들이 교대로 진료실을 지킨다. 한의사 박씨는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있지만 유족분들이 고맙다고 손을 잡는데 오길 잘했다 싶다”고 했다.

참사 이후 전남 무안군에는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30~31일 이틀간 무안군에 ‘고향 사랑 기부금’ 1만1000건, 총 11억원이 모였다고 밝혔다. 고향 사랑 기부는 자기 고향 등 지방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특산품 등을 답례로 받는 제도다. 지난해 무안군의 모금액은 지난달 29일 사고 전까지 4억4000만원(3000건)이었는데 이틀 만에 그 2.5배가 모인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고향 사랑 기부를 통해 무안을 돕자’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전국에서 기부금이 쏟아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