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하늘에서 눈비가 뒤섞여 내리던 5일 오후 2시쯤,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푸른색 옷을 입은 강아지 한 마리가 찾아왔다. 이번 참사로 가족을 잃은 반려견 ‘푸딩이’였다.
참사가 발생한지 일주일이 지난 이날 분향소를 찾은 푸딩이는 동물권보호단체 활동가의 품에 안긴 채 제단 앞에서 어리둥절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활동가들이 묵념하고 추모사를 읽는 동안 푸딩이는 제단에 놓인 위패만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떨궜다. 분향소에 발을 디딜 때부터 조문을 마칠 때까지 푸딩이는 한 번도 짖지 않았다.
푸딩이는 제주항공 참사 최고령 희생자인 배모(78)씨의 일가족 9명이 키우던 반려견이다. 팔순을 앞뒀던 배씨는 가족들과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 저녁 태국으로 3박 5일 여행을 떠났다. 배씨의 첫 해외여행이었다.
참사 이후 보호자 없이 마을을 배회하던 푸딩이를 구조한 건 동물권보호단체 ‘케어’였다. 언론 보도와 제보를 접했던 케어는 즉시 전남 영광으로 이동해 푸딩이를 서울로 데려와 임시로 보호했다.
푸딩이는 앞으로 새 가족을 만나기 위해 공식 입양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영환 케어 대표는 “푸딩이가 새 가정을 찾아가기 전에 보호자들에게 인사 드리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합동분향소를 당초 국가 애도 기간인 지난 4일까지 운영할 계획이었으나 오는 10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