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열렸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편의점. 컵라면 용기 수십 개가 1m 가까이 쌓여 있었다. 쓰레기 봉투 20여 개가 편의점 입구에 한가득 쌓여 있었고, 종이 박스와 컵라면 용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윤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 이후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 일대는 조용한 주택가에서 ‘대한민국 시위 1번지’로 변모했다. 지난달 31일 발부 당일부터 6일까지 한남동에 몰려온 친윤·반윤 시위대 연인원은 15만명(경찰 추산). 그간 시위대가 몰려오던 서울 광화문·여의도는 광장형 평지인 데다 넓은 도로가 정돈된 구역이다.
하지만 한남동은 한남대교에서 남산 기슭에 이르는 한남대로를 제외하면 모두 좁고 굽은 골목이다. 인적이 거의 없던 주택가에 광화문·여의도 광장에나 몰려 오던 대형 시위대가 몰려 오자 주민과 상인들은 소음과 쓰레기 공해를 호소하고 있다.
6일 본지 기자들이 둘러본 한남동 일대 편의점이나 카페 문에는 ‘공공 시설 아닙니다’ ‘화장실 무단 사용 금지’ ‘한강진역 화장실 이용하세요’ 같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카페 업주 김모(50)씨는 “막무가내로 화장실을 안내해달라는 사람들에게 주문 손님 전용 화장실이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다”며 “카페 외벽에 노상 방뇨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편의점 직원 김모(25)씨는 “집회 때문에 쓰레기 양이 평소보다 20배는 늘어났다”며 “손님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술도 많이 마신다”고 했다. 그는 라면 용기 130여 개를 보여줬다. 이 편의점에서 조금 더 걸어가자 골목 어귀마다 시위대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웠다. 눈살을 찌푸리며 담배 연기를 피해 걸어가는 주민들 모습이 보였다.
다른 골목엔 ‘주차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지만 차량이 10여 대 주차돼 있었다. 차량 창문엔 ‘불법 주차’ 경고장이 붙었다. 주민 김윤희(38)씨는 “소음 때문에 못 살겠다”며 “밤 11시까지 확성기 소리 때문에 쉴 수가 없다”고 했다. 이헌기(65)씨는 “아이들도 지나다니는데 시위대가 온갖 욕설과 상스러운 말을 해서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한남파출소 업무는 마비됐다. ‘집회 소음이 너무 시끄러운데 제재해달라’ ‘길이 너무 막히는데 해결해달라’ ‘시위대를 해산시켜달라’ ‘왜 윤석열을 체포하지 않느냐’ 같은 종잡을 수 없는 민원 전화가 몇 초에 하나씩 오는 상황이다. 경찰은 “무슨 전쟁이라도 터진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를 조망할 수 있는 고층 빌딩이나 아파트에 고성능 카메라를 들고 몰려오는 유튜브들도 골치다. 한 빌딩 경비원은 “옥상 올라가도 되느냐고 묻는 유튜버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