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로비에 법원 마크가 밝게 빛나고 있다. /뉴스1

사업가 지인의 청탁을 받고 ‘짝퉁’ 골프채 등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부장판사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알선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 혐의로 기소된 현직 부장판사 A(56)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A씨는 2019년 2월 지인 B씨로부터 사건 청탁을 받고 대가로 짝퉁 골프채 세트, 골프 가방, 과일 선물 세트 등 총 78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B씨는 마트 운영과 관련해 사기죄 등의 실형 전과가 있었고 여러 건의 민사 재판과 사기 혐의 재판을 받고 있었다.

A씨는 B씨가 민·형사상 유리한 결과를 받을 수 있도록 법원 사건 검색 시스템에 여러 번 접속해 관련 사건을 조회·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로부터 ‘걱정 말고 법정에 갔다 오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은 뒤 B씨가 법정에 출석했다가 징역형을 받고 법정 구속된 일도 있었다.

이런 사실은 2021년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대법원 징계위원회는 A씨에게 감봉 3개월에 징계부가금 100만여 원의 징계를 결정했다. 아울러 A씨가 받은 골프채는 애초 수천만 원에 달하는 명품 브랜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감정을 진행한 결과 가품 판정을 받았다.

앞서 1심은 “A씨가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이 드는 사실은 인정되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알선 명목으로 골프채를 줬다거나 A씨가 알선 대가라는 점을 인식한 상태로 골프채를 받은 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이 10년 넘게 친분을 유지한 점과 A씨가 B씨 사건 담당 판사들에게 연락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증거가 없다는 게 근거였다.

또 A씨가 B씨 부탁을 받고 사건 검색 시스템에 접속한 혐의에 대해서도 “이 시스템에 사적 목적의 검색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나 법령상 제한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외부인이 검색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제공되는 정보량에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이후 검찰이 항소했으나 2심은 이를 기각했다. 2심 재판부는 골프채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조악한 가짜 중고품인 데다, A씨가 얼마 지나지 않아 B씨에게 돌려준 점 등을 봤을 때 알선 대가로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건 검색 시스템 조회를 두고도 “실제로 누구든지 인터넷 신청 등을 통해 판결문을 조회·열람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와 B씨에게 골프채를 제공하고 A씨 감사에 나선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직원을 속인 혐의(뇌물공여·위계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C씨도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