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석·이가영의 사건노트]는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변호사가 핫이슈 사건을 법률적으로 풀어주고, 이와 관련된 수사와 재판 실무를 알려드리는 코너입니다. 이가영 기자가 정리합니다.

2023년 7월 15일 오전 8시 40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가 인근 미호강에서 범람한 흙탕물에 의해 빠른 속도로 잠기고 있다. 이곳 지하차도는 2~3분 만에 물로 가득 찼다. 소방 당국은 이 사고로 14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지하차도 CCTV

무안공항에서 벌어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한편, 2023년 7월 집중 호우로 제방이 붕괴되면서 강물이 범람해 지하차도에 있던 14명이 사망한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책임을 물어 지난 9일 청주시장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이 기소됐다. 지방자치단체 수장과 중앙정부 기관장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기소된 첫 사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망 등 중대한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를 방지하도록 관리해야 할 ‘최고 관리자’를 형사 처벌하는 법이다. 2022년 1월 시행된 후 3년이 흘렀다. 시행 당시 “최고 관리자의 안전 관리 책임이 무엇인지 모호하다” “과잉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다” 등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될지 궁금하다.

◇중대재해 중에서도 중대’시민’재해란?

Q.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들었습니다. 이건 무슨 의미인가요?

A.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를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눕니다. ▲산업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하다가 사망 등 중대한 인명 사고를 당하면 ‘중대산업재해’에 해당하고 ▲’일반 시민’이 일상생활 중에 지하차도, 여객기와 같은 공중이용시설에서 공중교통수단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을 원인으로 중대한 인명 사고를 당하면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최고경영자, 중앙행정기관장, 지방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등 총괄 권한이 있는 대표자에게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관리’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런 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그 대표자를 형사 처벌하는 것입니다.

안전 관리를 위해서는 안전 목표와 방향을 설정하고 이를 위한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야 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 안전 담당자들의 업무이지만, 그동안 안전이 후순위로 밀려났었던 현실을 감안해서 대표자가 ▲근본적인 예방 조치를 직접 챙기고 ▲안전 담당자들이 제대로 업무하도록 관리하라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입니다. 대표자가 직접 형사처벌받을 가능성이 생긴다면 실무자에게 안전을 챙기도록 더 신경 쓸 거란 생각이 뒷받침된 겁니다.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이틀 앞둔 작년 4월 14일 세월호 선체가 세워져 있는 전남 목포신항. /김영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되면 세월호‧핼러윈 참사 때보다 형량 세진다

Q. 중대재해처벌법은 세월호‧핼러윈 참사 때 공무원들이 기소됐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보다 더 세게 처벌하는 건가요?

A. 그렇습니다. 업무상 과실로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하는데,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그런데, 업무상 과실치사는 사망 사고 발생에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을 처벌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무자 또는 실무책임자 등 해당 업무를 ‘직접’ 처리하는 사람으로 처벌 대상이 한정되는 게 통상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지자체장, 기관장, 대표이사 등 최고 관리자는 직접적인 과실만 없다면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은 업무상과실치사죄와 다릅니다. 지자체장 등 최고 관리자가 ▲사망 사고에 직접적인 과실이 없어도 ▲‘평소’ 사망 사고를 막기 위한 안전 관리 조치를 게을리해 안전 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두지 않았고 ▲그로 인해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받습니다.

법정형도 업무상과실치사보다 훨씬 높습니다.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합니다. 이때 징역과 벌금을 함께 부과할 수도 있습니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 청주시장은 기소, 충북지사는 무혐의…왜?

Q.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이범석 청주시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김영환 충북지사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오송 지하차도를 침수시킨 미호강은 청주시에 관리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청주시는 미호강 임시제방의 무단 훼손 등에 대해 단속‧복구 명령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비전문가(행정직 공무원) 1명만을 중대재해 예방 인력으로 지정해 안전 인력 확보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또 인력‧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제방 안전 점검을 생략하는 등 평상시의 안전 관리가 소홀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청주시의 대표자인 청주시장이 기소된 것입니다.

반면 오송 지하차도에 대한 안전 관리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받았습니다. 이 지하차도는 충청북도가 관리하는데 사고 예방을 위한 충분한 인력과 통제 기준이 있었고, 설계‧설치상의 결함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안전 점검과 재난 대비 훈련도 평소에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충청북도의 대표자인 충북지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되어 무혐의로 종결되었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열흘째인 7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사고 현장에 눈이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무안 제주항공 참사 관련자,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가능성은?

Q.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자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될까요?

A.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인정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봅니다. 특히 사고 원인이 ▲구조적인 정비 불량 또는 기체 결함으로 인한 랜딩기어(착륙용 바퀴를 내리는 장치)와 제동장치 미작동 ▲콘크리트 둔덕 등 공항 구조적 결함이라고 결론 난다면, 이는 평상시의 안전 관리 조치가 잘못된 것이므로 제주항공 대표이사, 무안공항 관리 주체의 수장이 처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유족 입장에서는 책임자가 처벌받을 때 ‘제대로 사건이 마무리됐다’는 생각에 트라우마 극복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법이 이런 참사를 막고, 유족의 마음도 풀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A. 무엇보다도 엄정한 수사로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합니다.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일인데,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서 인재(人災)를 만들었다면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를 통해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사고가 재발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그래야 희생자를 달래고 유족의 아픔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마녀사냥식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서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최고 관리자가 평상시에 안전 관리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평상시에 어느 정도로 안전 관리 조치를 해야 하는지’가 애매하거나 불분명할 수도 있습니다. 각 기관과 사업장의 개별 특성에 따라 안전 관리 조치가 달라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고 관리자에게 ‘불가능한’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인명이 소중한 만큼, 큰 짐을 짊어지고 조직을 끌어 나가는 최고 관리자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 역시 곤란하겠습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 변호사. /조선일보DB